단계적 공격에 계산된 버티기/2차공습 이후의 미­이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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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명분 축적하며 폭격강도 높일 것 미국/클린턴 취임이후 국면전환 겨냥 이라크
이라크에 대한 2차 공습이 17일 밤(한국시간 18일 새벽)단행됐다.
1차공습후 4일만에 재개된 이날 공습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이라크가 미국의 공습의지를 명백히 알고 있으면서도 유엔의 핵무기 사찰단 입국허용요구를 거절하여 발생했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이번 공습에는 비행기가 동원되지 않고 걸프해와 홍해에 배치된 미 함정에서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발사,이라크수도 바그다드 남쪽 21㎞지점 핵제조시설을 집중공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라크중심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1차때보다 이라크 정부와 국민에 대해 가해진 압력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습도 이라크 복합핵무기 제조시설에 국한돼 미국이 본격적 폭격은 계속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공습을 뻔히 알면서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대통령은 계속 저항하고 있고 미국은 대규모 전면 공습은 유보하고 계산된 폭격만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재 상황이 매우 미묘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5일 이라크가 유엔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폭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유엔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이들이 입국할 항로도 요르단 경유만을 인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라크의 이같은 태도는 유엔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이 이라크 주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이라크가 유엔의 정전조항을 지키는 가를 계속 지켜볼 것이고 이라크가 계속 저항한다면 언제든 공습재개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라크가 일방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이제 7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는 무슨 수를 쓰든 이 72시간만 넘기면 분명히 다른 상황이 다가올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부총리는 『미­이라크간의 관계를 악화시켰던 미 행정부가 이제 그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면서 『빌 클린턴이 취임하는 수요일에 대해 말하지 않겠으나 때가 되면 우리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로서는 클린턴 차기미대통령이 뉴욕타임스지와의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와의 새로운 관계설정 가능성을 언급한데 매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클린턴이 자신의 대 이라크정책이 부시 행정부와 달라질 것이 없다고 정정했으나 이라크는 클린턴이 후세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고무를 받고 있다.
따라서 부시행정부가 있는 동안은 계속 저항하고 일단 부시행정부가 물러나는 20일에 새로운 국면전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시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이라크가 계속 저항할 경우 폭격의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는 설혹 클린턴행정부가 이라크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정책전환을 한다 하더라도 부시행정부기간중에 폭격을 강화하여 이라크 전력을 최대한 약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폭격강화에 걸림돌은 아랍권국가의 반응이다.
후세인대통령은 2차공습을 받고 아랍권 형제국에 항전을 호소하는 등 아랍권의 결속을 외치고 있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이번 2차공습에 비행기를 동원하지 않은 것은 미 조종사의 인명피해를 고려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터키 등이 비행기 출동을 반대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일격에 대규모 공습이 불가능하고 명분을 계속 축적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가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소식통들은 이라크가 유엔의 정전조항을 이행하지 않는한 3차,4차공습이 불가피하며 이러한 공습에는 다양한 군사시설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클린턴의 새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20일까지는 위기가 계속될 것이고 이러한 위기는 언제든지 재폭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클린턴 취임이후 이라크사태가 어떻게 전환되느냐가 관심사라 할 수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이라크사태 최근일지
▲13일 오후 9시15분
­연합군,남부 「비행금지구역」내 지대공미사일·레이다기지 공습
▲14일 오후
­바레인 대기 유엔무기사찰단,『이라크가 입국요청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발표
▲15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라크에 14일 자정까지 유엔사찰팀 입국시키라고 통첩
­이라크,『입국은 허용하나 안전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발표
▲16일
­유엔과 연합국,이라크의 조건부 입국요청을 거부로 간주한다고 발표
­유엔,2차 입국계획서 전달
­이라크,유엔이 미국에 편향돼 있다고 비난
­이라크,『유엔사찰단 서쪽으로 입국하면 허용』발표
▲17일
­연합군,이라크 북부에서 이라크 전투기 격추
­미국,바그다드 핵시설 부품공장 미사일로 공격
▲18일
­유엔,이라크 「서쪽입국 허용」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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