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평창] '유치 도와주기는커녕 …' 내부의 적 걱정하는 평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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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평창올림픽 유치단이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해 업무를 개시한 1일(한국시간). 홀리데이인 호텔 내 종합상황실은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한승수 유치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미디어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주제는 현장 취재진에 대한 사전 당부였다. IOC 위원들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직접 취재를 가급적 하지 말고, ▶경쟁 도시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 ▶득표 분석 기사▶평창의 전략 등 예민한 기사는 쓰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여러분도 유치위원의 심정으로 보도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유치위원회의 첫 브리핑이 끝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해프닝이 빚어졌다. 한국올림픽위원회(KOC)에서 러시아 소치의 유치 활동에 대한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일부 기자가 문제를 지적하자 KOC는 자료를 가져갔으나 내용을 수정해 다시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유치위원회 직원들이 걷어가 버렸다.

해프닝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용성 IOC위원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판세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나서 '비보도'를 요구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사에서 곧바로 인터넷 뉴스로 이를 기사화했다. 유치위원회는 또다시 동분서주했고, 자정이 다 돼서야 정리가 됐다.

과테말라에 오기 전 미국 시애틀에 들른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도 '원치 않는' 소리가 났다. 변양균 정책실장이 "정부가 1년 전부터 TF팀을 운영했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이다. 이 발언 역시 평창 유치가 이뤄진 뒤 해도 늦지 않을 이야기다.

옛말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유치위는 현지에서 유치 활동을 하는 것보다 어디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내부를 지켜보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방재흥 유치위 사무총장은 "2003년(프라하) 악몽이 생각난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듯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도와주기는커녕 평창의 꿈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시티=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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