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Mr 쓴소리’가 본 2007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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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전여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 『로마인 이야기』(제8권: 위기와 극복)의 한 대목으로 시작됐다. 내전 뒤엔 원한을 남기지 않아야 사회를 통합, 재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에너지를 비축해 경선 뒤 싸워야 하는데, 내전에 군량미며 탄약이고 다 써버리고 있으니…."

그는 당 대변인 시절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혔지만 최고위원 시절 중립을 지켰다. 4ㆍ25 재ㆍ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그는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고 있다. 그의 내심을 들어봤다. 

사진=신인섭 기자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는 어땠습니까.
“불행한 토론회였죠. 정책이라는 당의정을 입힌 네거티브성 토론회가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본선게임의 훈련장이란 점에선 그래도 다행이지요.”

-검증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국민들이 염증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검증은 구명보트를 갖고 배에 승선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는 거죠. 근데 지금 서로가 구명보트를 바늘로 찌르고 노를 뺏는 상황이에요. 이러다가 (빅2) 둘 다 바다에 빠져 죽을 수도 있어요. 검증 공방은 지금까지 한 걸로도 충분해요. 그만해야 돼요.”

-본선에서 범여권 측의 검증 공세가 강하게 제기될 것이란 시각에 대해선.

“일리가 있어요. 이 전 시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야 돼요. 국민도 이 전 시장에게 성직자의 도덕성을 요구하진 않을 거예요. 박 전 대표도 최태민씨에 대한 의혹에 대해 "천벌 받을 일"이라고 얘기하면 안 되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 돼요. 후보들은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국민이 어느 경우에도 용서하지 못하는게 거짓말이거든요. 그래야 본선에서 어떤 공작이 오더라도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를 보호할 겁니다. 박 전 대표는 제가 곁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운 정치인이에요. 뜨거운 애당심 등 훌륭한 점도 많이 봤고요. 박 전 대표가 경선을 이렇게 치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박 전 대표는 국민의 뜻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과도 상생의 정치를 했습니다. 그때의 박 대표로 돌아가줬으면 해요. 만약 박 전 대표가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면 그래도 이 전 시장에 대해 검증의 칼을 들이댔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인식과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일부 열성 박 전 대표 지지자로부터는 노사모에게서보다 더 심한 공격을 받았어요. 근데 왜 제가 박 전 대표 쪽에서 역적이니 배신자니 ‘이명박 엑스맨’이니 하는 얘기를 들어야 합니까. 저는 최고위원 되고 나서 당연히 중립을 지키겠다고 얘기했어요. 박 전 대표는 저한테 한 번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지만, 그쪽 캠프에서 나오는 얘기는 왜 저보고 이재오 최고위원처럼 총대를 메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재오 최고도 그러시면 안 되죠. 지나치게 그런 활동을 한 게 있었어요. 저나 강창희 최고나 친박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은 진짜 중립적으로 했습니다. 제 결론이 뭐가 그리 잘못된 것인지.”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뒤 박 전 대표 캠프로 갈 것이란 예상도 있었는데.

“박 전 대표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인신공격이 저로 하여금 오히려 뒷걸음치게 한 것은 사실이에요. 많은 분이 캠프에 들어와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도 인간인데 저한테 심한 말 했던 분들 얼굴을 캠프에서 마주보게 되는 게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하고 경선 끝나고 보자고 했죠. 물론 이 전 시장 쪽에선 요청도 없었고. 얼마 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분이 사람을 보내와서 저보고 ‘이명박 저격수’가 돼달라는 거예요. 처음엔 너무 슬펐어요. 제가 그런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다음엔 슬픔이 뜨거운 분노로 나왔어요. 제가 그랬어요. ‘난 이명박 저격수 할 수 없다. 그건 제대로 된 정권교체의 방향이 아니다’고요.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고 몇 가지 단점도 있겠으나 장점도 많은 후보입니다.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최고위원 사퇴하고 나서 박 전 대표 캠프에 가지 않은 것은 이명박 저격수가 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제 순수 때문이에요.”

-경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이 화합할 수 있을까요.

“국민들도 우려를 많이 합니다. 후보들이 (상호공격을) 그만하자고 해야 합니다. 두 후보는 대변인들과 윤리위에 제소됐거나 국민 눈살 찌푸리게 했던 사람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게 해야 해요.”

-지금 경선 상황은 어떻게 봅니까.

“이 전 시장은 전략을 잘못 짰어요.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전략이 잘못된 거예요. 국민 생사가 달려 있고 또다시 좌파정권이 되면 이민간다는 분도 많은 이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소이부답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진지한 얼굴로 모든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박 전 대표도 진짜 전략을 잘못 짠 거예요. 어떤 경우도 네거티브가 상대 후보의 지지율은 깎아먹을 수 있지만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순 없습니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너무 조금 오르고 있잖아요. 이 전 시장 떨어지는 게 다 와야 되는데.”

-경선에서 어떻게 역할할 계획인가요.

“경선기간엔 중립지대에서 욕을 얻어먹어 가면서 할 이야기는 하겠어요. 저한테 "그러면 공천 못 받는다"그러는데 못 받아도 괜찮아요. 저는 이번에 정권교체 안 되면 배지 뗄 거니까요. 미련 없습니다. 국회의원 하고 싶어서 한나라당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서 들어왔으니까요.”

-대선에서 한나라당 승리를 확신합니까.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확신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굉장한 위기의식이 있어요. 일을 많이 해봤고 시장경제와 북핵 문제에 대해 가장 합리적 정책을 지닌 한나라당이 돼야 편안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제가 죽기살기로 할 겁니다. 지금 제가 뭐 하는지 다들 궁금해하는데, 책 열심히 보고, 많이 공부하고, 아침저녁 운동하고 있습니다. 보약도 먹고 있고요. 경선 끝나면 진짜 제 모든 것을 던져서 정권교체 이루도록 헌신할 거예요.”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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