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수요 탄탄” vs “노인 도시 전락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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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10면

연합뉴스

“인구가 줄어들면 신도시는 슬럼화할 것이다. 서울을 떠나면 안 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본의 신도시들을 예로 들며 인구 감소와 함께 신도시가 쇠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1960~80년대 도쿄 외곽으로 신도시들을 잇따라 건설했다. 그러나 최근 외곽인구가 대도시로 몰려들는 양상이 뚜렷하다. 대도시권 중심부 집값·땅값이 움직였다. 도시재생프로그램이 하나둘 실행에 옮겨지면서 도쿄는 초고층 빌딩과 복합개발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한국의 신도시들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신도시의 미래

수도권 인구 계속 늘어
통계청 발표(5월 시·도별 인구 추계)에 따르면 전국 인구는 2005년 4813만 명에서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 4863만 명으로 줄어든다. 2005~2030년 기간 중 경기·인천·대전·울산 등 4개 시·도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서울·경남·광주·제주·충북·충남 등 6개 시·도는 인구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된다. 부산·대구·강원·전북·전남·경북 등 6개 시·도는 감소세가 지속된다. 수도권만 살펴보면 서울은 2010년 1003만 명까지 일시적으로 늘다가 2020년 989만 명, 2030년 941만 명으로 줄어든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2005년 1061만 명에서 2030년 1404만 명으로 32.3% 늘어난다. 수도권 전체 인구는 추계기간의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한다. 전국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의 비중도 2005년 48.2%에서 2030년에는 54.1%로 늘어난다. 최소한 수도권은 인구 감소보다 과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엇갈리는 신도시의 미래
이 같은 통계청 추계를 놓고 보면 서울보다는 신도시가 많은 경기도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 거주환경이 열악한 서울 구시가지는 재개발을 통해 다시 태어난 뒤에도 수용인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재개발 자체는 넓고 깨끗한 집을 공급함으로써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구 수를 늘리는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경기도 신도시의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윤여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 후 돈이 모자라므로 노령 소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부동산을 대량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816만 명으로 총인구의 16.8%를 차지하고 있지만 외환위기, 사회구조 급변 등으로 준비할 틈이 없어 심각한 노후생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는 유일한 재산이나 다름없는 주택을 처분하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려 할 것이므로 결국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택 매각 또는 소형대체 움직임이 가시화한다면 서울지역의 베이비붐 세대는 비싸고 큰 서울집을 팔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신도시 비관론자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경기지역과 지방으로 이주하면 이 지역은 실버타운으로 바뀌면서 활력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신도시들이 노인촌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펴낸 『부동산 성공법칙』에서 고령사회에서도 주택시장의 본류는 전원주택·타운하우스가 아닌 아파트이고, 교외보다 도심이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의 맨큐 교수는 1989년 웨일과 함께 주택 가격에 대한 논문에서 “1970년대와 80년대의 미국 집값 상승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이들의 수요가 줄어드는 2007년에는 실질주택가격이 47%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예상은 빗나갔다. 이민자들의 주택 수요, 40대 이후의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를 미처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민과 비슷한 요인이 한국에서는 이혼비율과 독신비율의 급증, 독거노인의 증가 등으로 나타난다. 인구가 줄더라도 주택수요의 지표인 가구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인구구조 면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투신운용 김경록 상무는 저서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에서 “다른 나라는 베이비부머들(베이비붐 세대)이 좀 길게 형성된 반면 일본은 베이비부머들의 산과 계곡이 매우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베이비부머층이 넓지 않기 때문에 플라자 합의 이후 형성된 버블이 붕괴될 때 더 강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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