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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불라바' 발사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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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가 28일 신형 다탄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불라바'의 장거리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이타르-타스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러 해군은 2만4000t급 타이푼급 핵잠수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함이 서북부 백해(白海)에서 발사한 불라바 미사일(나토명 SS-NX-30 )이 수천㎞를 날아가 동쪽 캄차카 반도의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불라바는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체제를 뚫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내년 중 실전 배치되면 미국에 상당한 위협을 줄 것이라고 BBC방송이 전했다. 더구나 이번 실험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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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올 5월 다탄두 개별 유도(MIRV) 방식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육상 발사 실험에 성공해 핵 전력의 부활을 선언했다. 여기에 은밀하게 활동하는 핵 잠수함에 배치하는 다탄두 SLBM 발사 실험도 이번에 성공해 전방위 핵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고리 디갈로 러시아 해군 공보관은 29일 "미사일 시스템이 모든 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탄두가 정해진 시간에 목표물에 떨어졌다"며 "이는 미사일 현대화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완수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불라바의 장거리 발사 실험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미사일은 2005년 두 차례의 기초 실험엔 성공했으나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세 차례에 걸친 본격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사거리가 1만㎞에 이르러 사실상 전 세계가 공격권인 불라바는 6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싣고 마하 5 정도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발사 뒤에도 고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러시아의 차세대 주력 핵 미사일이다.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과 함께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통한다. 러시아는 퇴역을 앞두고 있는 타이푼급 드미트리 돈스코이함을 개량해 불라바 발사 실험에 사용해 왔다.

불라바는 내년 중 2만4000t짜리 보레이(북극바람)급 전략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함이 첫 실전 배치될 때 주력 미사일로 사용될 예정이다. 유리 돌고루키함은 올 4월 진수됐다. 같은 급의 '알렉산드르 네브스키'와 '블라디미르 모노마흐'는 2011년까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유리 돌고루키는 12기, 같은 급의 다른 잠수함은 16기의 불라바를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 해군 관계자는 내년까지 10여 차례의 실험을 더 거친 뒤 불라바를 유리 돌고루키함에 장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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