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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솔드' 행사 아시아계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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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오전 7시50분 프랑스 파리 시내 라파예트 백화점 앞. 평소 같으면 한산한 시간이지만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다. 프랑스 고유의 대형 할인판매 행사 '솔드(SOLDES)'가 시작된 것이다. 솔드는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열린다.

일본인 관광객 20여 명이 버스에서 내려 긴 대열에 합류했다. 그 줄에는 먼저 온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계 손님 100여 명이 서서 백화점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중 약 3분의 1은 동양인이었다.

오전 11시쯤 최대 명품 거리인 몽테뉴가. 조르지오 아르마니.샤넬.디오르.막스마라 등 명품 매장마다 아시아인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큼직한 쇼핑백을 서너 개씩 들고 매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탈리아 명품을 취급하는 가게 직원 마르코는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아시아 고객들이 몰려 남성용 셔츠 등 인기 상품이 금세 동이 났다"고 말했다. 일본인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에르메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 수락 연설을 했던 공연장 '살 가보'를 통째로 빌렸다. 행사장 앞에는 오전 내내 200m가 넘는 줄이 이어졌으며, 예상대로 일본인들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 여행사 대표인 윤재명씨는 "일본에는 이 세일에 맞춘 기획 여행상품도 많다"며 "이들은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해 바로 백화점으로 몰려오곤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에 이어 중국과 한국인도 솔드의 큰 손님이다. 프렝탕 백화점의 경우 지난겨울 솔드 1위가 일본인 쇼핑객이었고, 그 다음이 중국인과 한국인이었다. 이 백화점의 외국인 고객 담당자는 "한국 고객은 지난겨울 세일에서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파예트 백화점 관계자는 "한국 쇼핑객은 옷과 핸드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고, 일본인은 보석이나 시계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고객들은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지불하는 비율이 유난히 높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올해 세일부터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매장 앞에서 새벽부터 몇 시간씩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온라인 구매의 할인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체는 시간대마다 할인율을 달리하는데 일부 업체는 이날 오전 무려 93% 할인상품까지 내놓았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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