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불확실성의 두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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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1국>
○ . 윤준상 6단(도전자) ● . 이창호 9단(왕위)

◆제5보(56~69)=흑▲로 이단젖히면 62까지는 거의 외길이다. 귀는 흑 차지가 되고 하변은 백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 조훈현 9단이 흑?를 두고 "그래도 뻗어야 하지 않을까" 반문했는데 이 말은 "귀가 크다지만 하변은 더 크지 않으냐"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뻗는다는 것은 '참고도1'의 흑1, 3을 말한다. 백이 귀를 차지하고 흑은 하변을 크게 키우게 된다. 문제는 하변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A로 공격해 백△ 두 점만 잡을 수 있다면 흑 성공이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하변은 너무 넓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조 9단은 그렇더라도 하변의 기득권을 포기한 채 돌연 귀를 차지한 것은 전략적으로 찬동할 수 없다고 했다. 흑이 여기서 형세가 이상해진 것 아닌가 묻기도 했다. 기풍과 판단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63도 미묘한 곳이다. 누가 봐도 제일감은 '참고도2'처럼 흑1로 가로막고 보는 것. 이 9단은 그러나 63으로 후퇴했다. 이번에도 불확실성이 주는 두려움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참고도2'처럼 공격할 경우 윤준상 6단은 백2로 달아난다고 한다. 흑3으로 계속 쫓으면 백이 피곤하지 않을까 묻자 백4, 6으로 급습하는 수도 있어 흑도 쉽지 않다고 대답한다. 기분으로 결정하기엔 너무도 복잡한 변수가 숨어 있는 곳이었기에 이 9단은 망설이다가 확실한 쪽(63)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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