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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봇이야기

돈 버는 로봇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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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민국에서 만들고 싶은 우선순위 1위의 로봇은 ? 정답은 ‘돈 버는 로봇’이다. 로봇 분야는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양성된 전문인력 외에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전략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지식기반 신산업으로 유전공학·나노기술·로봇공학을 꼽듯이 로봇 분야 지원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반이 취약해 대부분 정부 지원금에 의존했다. 미래를 보고 약한 떡잎에 물을 주고 있는 셈이다. 산업계뿐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국내에서 대박을 터뜨린 로봇은 아직 없다. 그러나 축구경기에서 열심히 주도하는 팀이 결국 골을 넣듯 ‘대박 로봇’을 위해 열심히 뛰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수요층의 욕구와 관심을 꿰뚫는 사업가 관점이나 유연한 사고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라고 로봇 시장이 안 열릴 리 없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소니의 ‘강아지 로봇’, 미국 아이로봇의 ‘진공청소 로봇’ 모두 그런 식의 접근을 한 결과다.

 청소할 때 사람은 눈이라는 시각센서로 바닥 상태를 확인하며 기억과 함께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점검한다. 청소로봇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어렵다. 사람이 하면 하찮은 행동도 로봇이 흉내 내려면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청소를 하다 보면 지능이 나빠 자신이 어느 곳을 청소했는지 헷갈린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운동 방향을 인식하는 자이로 센서를 쓰거나 방 안에 기준점을 설치하기도 한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를 써 방해물을 피하는 건 또 다른 기능이다. 기능이 추가되면 오차도 추가되고 부품이 추가되면 가격도 오른다. 그래서 고성능 청소로봇은 부담스럽게 크고 가격도 비싸다. 싸고 작으면 성능이 떨어진다.

 국산 청소로봇 ‘유봇’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바닥재에 열선처럼 자외선에 반응하는 투명 잉크를 칠하고 여기에 2차원 바코드를 인쇄해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했다. 올해 세계 최대 소비재 전자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 아파트 건설업체와 협력하여 잉크가 인쇄된 바닥재를 깔고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사업상 윈-윈 전략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생각이다. 학계에서는 집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하는 개념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런 개념이 성큼 국내 아파트 단지에 적용됐다. 국내 업체가 ‘홈로봇’을 넘어 ‘로봇홈’의 리더로서 신개념 제품을 만든 것이다. 로봇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쓸 사람의 집 구조를 로봇에 맞게 고쳐 수요를 만드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교육 분야에 진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교육로봇 ‘아이로비큐’는 로봇 회사에서 교육 프로그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아이들과 감성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 콘텐트를 제공받고 책 표지를 보여 주면 무슨 책인지 알아내 내용을 읽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호협력 판매 방식이 사업 성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회사인 KT는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로봇업체는 로봇을 KT에 납품한다. 통신회사에 로봇은 휴대전화처럼 새로운 단말기며 로봇업체엔 든든한 협력자가 된다. 앞에서 열거했듯 ‘시스템업체’가 앞에 나서고 로봇업체는 협력자가 되어 신시장에 참여한다. 다른 로봇들도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로봇 상품이 진열된 로봇 가게 하나가 서울 강남에 문을 열기도 했다. 그 이름은 ‘로봇 & 로봇’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다. 수없이 많은 휴대전화폰 가게처럼 로봇 가게도 그렇게 늘어날 세상을 상상해 본다.

 이런 여러 가지 노력이 로봇산업 발전에 든든한 기반이 된다. 어떤 로봇이 대박을 터뜨릴까? 청소로봇·장난감로봇·교육로봇·휴대전화로봇? 기대가 새삼 앞선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 ·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