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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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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6공화국은 88년을 기점으로 북방외교를 추진하여 왔다. 북방외교는 구소련·중국, 그리고 동구제국과 수교를 하여 그들과 정치·경제·문화적 유대를 강화하였고, 그 기초 위에서 평양정권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노정권은 임기 내에 북방외교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고 하였으나 전략과 비전의 부족으로 그 목표 절반만을 성취하는데 그쳤다.
그러면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이끌게 될 신정부가 추진해야 할 외교목표와 전략은 자연적으로 명확해질 것이다. 즉 민족외교를 형성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신정부는 90년대에 이러한 민족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의 목표와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신정부는 민족외교를 위해서 여야의 협력을 받는 초당 외교패턴을 조성하고, 그 다음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도록 함으로써 국내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민족외교를 정부·여당의 소수 엘리트의 점유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많을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북방외교를 일방적으로 추구하여 왔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유지했었던 전통적 외교관계, 즉 해양외교를 위축시킨 점이 없지 않았다. 북방외교와 해양외교를 조화시키는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제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 체제와 그 이념이 붕괴됨으로써 일단 냉전적 구조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전쟁의 씨앗들, 즉 새로운 민족주의 물결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한편으로 제각기 경제성장을 위한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다. 경제블록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신정부는 상호의존적 구조에서 점증하는 경제·기술전쟁에 대응하고 승리할 수 있는 적응력을 배양해야 한다.
넷째,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것은 이데올로기적 대결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제부터 민족국가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즉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국가적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이전하는데 대비하는 외교전략을 가다듬어야 하겠다.
다섯째, 우리는 유엔기구에서 국가적 역할을 최대한 담당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증대시킴은 물론 민족통일을 위한 국제적 지지세력을 집결하는 유엔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유엔의 판도에는 구소련의 겸비한 지지만 변화되었을 뿐 북한의 통일정책을 지지하는 제 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민족외교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포괄하는 지역적 다자간 협력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에는 장기적인 비전으로서의 안보와 협력을 수행할 지역적 기구가 아직 없다. 이 지역의 국가들이 탈냉전시기에서 폭넓게 안보와 협력을 논의할 지역적 다자간 기구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때 우리는 북한을 이러한 기구에 끌어들여 개방시키고 적극적인 협력파트너로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허만<부산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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