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첫날 안젤라 박 '천사의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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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US여자 오픈이 28일 밤(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 파인스의 파인니들스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이 골프장은 20세기 초반의 천재적인 코스 설계가 도널드 로스가 설계했다. 로스가 만든 골프장은 그린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거북등처럼 볼록하게 생긴 그린은 샷이 짧으면 흘러 내려오고 스핀이 제대로 걸리지 않거나 긴 공은 뒤로 훌쩍 넘겨 버린다. 만용을 부리다 그린을 넘어간 공에는 가혹한 징벌이 기다리고 있다.

잘못 친 샷에 대해선 확실한 응징을 한다는 것이 로스의 철학이다. 그러나 잘 친 샷이라고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친 샷이 그린을 벗어나 러프에 처박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로스의 그린을 '변태 그린'이라고 부른다.

옛 모습을 잃어가던 파인니들스 골프장은 2004년 철저한 연구 끝에 그린을 복원했다.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청교도의 신앙 같은 혹독한 그린이 됐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그러나 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은 어려운 코스를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다. 자정 현재 11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단독 선두다. 여자 대회 중 가장 권위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US여자 오픈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안젤라의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으로 20대에 브라질로 건너가 의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딸이 8세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보내 골프를 가르쳤다. 안젤라 박은 거리가 긴 편은 아니지만 아이언샷이 정확하고 퍼팅도 정교한 여성적인 골프를 한다.

안젤라 박은 LPGA 투어 신인왕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주미(하이트)가 2언더파 공동 2위이며, 안젤라 박과 1988년생 용띠 동기인 신지애(하이마트)는 1언더파 공동 5위다. 김인경은 13번 홀까지 2오버파 중위권이다.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는 오락가락하는 드라이브샷을 아직 잡지 못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14%에 그린 적중률은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위기를 잘 넘겨 하위권으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10개 홀에서 3오버파로 버티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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