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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별자치도 그 후 1년 <상> 공무원 5.5% 늘렸는데 관광 경쟁력은 '뒷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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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특별자치도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일반 업무를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 자치 모델을 실험 중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특별자치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제주특별자치도 1년의 성과와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진단한다.

"한국의 특별한 섬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제주 특별자치도.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만 1년이 됐지만 제주도민과 관광객 모두 불만 투성이다. '한국 관광의 1번지'란 말이 무색하듯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특별자치도 제주가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공무원 수만 늘렸다. 특별자치도 이전보다 공무원 수가 5.5%나 늘었다. 조직을 통폐합하면 공무원이 줄고 일하는 분위기로 바뀔 줄 알았는데 정반대다. '특별 자치'하라고 멍석을 깔아 주었더니 손님(관광객)은 뒷전인 셈이다.

◆통폐합 해놓고 공무원 더 늘려=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만 남고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의 4개 시.군은 폐지됐다. 공무원 조직을 합쳐 알차게 특별자치도를 가꾸어 나가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조직이 통폐합됐는데도 공무원 수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에 4900명에서 출범 이후에는 5169명으로 늘었다. 시.군별로 있던 인사.기획.총무 같은 부서가 하나로 통합되면 군살이 빠지는 게 정상인데 정반대로 자리만 늘렸다. 제주도는 기존의 국토관리청.해양수산청이 제주도로 편입된 데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할 일이 많아 직원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도민과 관광객은 공무원이 늘었는데도 행정서비스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더 불편하다"=5년째 사회복지단체를 운영하는 강모(45)씨는 매년 이맘때쯤 제주시청에서 사회복지단체에 주는 보조금을 받았다. 그런데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올해도 보조금을 시청에 신청했더니 "우리는 결정권이 없으니 도에 가서 얘기하라"고 시 공무원이 말했다. 도청으로 찾아갔더니 도청 공무원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도청과 시청에는 공무원이 많은데도 통합된 업무를 몰라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관광객 최모(41)씨는 "마라도를 가려고 처음엔 남제주군청을 찾았다. 서귀포시로 바뀌었다고 해서 전화를 돌렸더니 부서마다 우리 일이 아니라고 떠넘겨 한참을 헤맸다"고 말했다.

어선을 보유한 홍모(46.제주시 건입동)씨는 지난주 시청과 동사무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낚시어선업 신고필증을 받기 위해 처음에는 시청을 찾았다. 시 공무원은 "업무 조정으로 읍.면.동 사무소가 처리한다"고 말했다. 다시 건입동 사무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며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았다. 홍씨는 3일을 항의한 끝에 신고필증을 받았다. 그는 "서로 일을 떠넘기는 이런 공무원들이 특별자치도를 이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강선영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특별자치도로 성공하려면 공무원 군살을 빼야 하는데 제주도는 정반대로 가 공무원들에게만 '특별한' 자치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관광 경쟁력은 바닥=제주도 관광비용이 비싸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가 되면 요금을 낮춰 관광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세웠다. 제주의 골프 관광만 봐도 2박3일(54홀 기준) 기준으로 골프비용만 대략 60만원이 든다. 태국과 중국의 24만~30만원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여기에 숙박비.식비를 포함하면 더 비싸진다.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는 변모(41)씨는 "중국 파트너를 제주도로 초청해 2박3일 골프 관광을 하면 국제항공료를 제외해도 1인당 100만원 넘게 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비싸니 제주도는 관광객들도 좋아하지 않는 곳이 됐다.

5월 한국관광공사가 국민 1만2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행 실태 조사에서 제주도는 '많이 찾은 관광지' 순위에서 11위에 그쳤다. 관광공사는 제주도 관광비용이 비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주에서 K여행사를 운영하는 강모(45) 대표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했지만 관광요금을 낮춰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호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숙박요금을 20% 정도 내리겠다고 선언한 게 전부다.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제주도 관광 종사자들과 공무원들이 먼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은 하지 않으면 제주의 경쟁력은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지난해 7월 도-시.군의 2단계 행정 체제를 도(道)로 통합해 출범했다. 정부는 국방.외교를 제외한 1062건의 중앙 사무를 제주도에 넘겨 자율권을 보장했다. 제주도는 자치권을 갖고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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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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