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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돌아온 창업자 제리 양 벼랑 끝 야후 살려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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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창업자 제리 양(38.사진)은 경영자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실적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난 테리 시멜(64)에 이어 지난 18일 야후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제리 양은 취임 후 자신의 블로그에서 '스피드 경영'을 선언했다. 경쟁업체이자 같은 스탠퍼드대 출신(세르게이 브린.레리 페이지)들이 만든 구글이 유튜브 인수와 같은 공격적이고 신속한 경영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의식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제리 양은 취임 사흘 만에 운동선수와 경기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벌닷컴 인수계약을 했다.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스포츠 부문 강화를 위한 것이다. 25일에는 구글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광고와 영업조직을 통합했다. 새 광고영업 책임자로는 검색사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칸스데드(41)을 임명했다. 제리 양은 "향후 6개월간 전사적인 혁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야후가 앞으로 다른 인터넷 사이트 인수 또는 업무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추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리 양이 이렇듯 신속히 움직이며 침체한 야후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과연 뜻하는 바를 이룰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제리 양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그는 야후를 창업하기는 했지만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그 동안 그는 장기전략 마련에는 관여했지만 경영일선에 나서지는 않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최근 S&P 애널리스트 스콧 케슬러를 인용 "제리 양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상상가이지 경영자로 일한 적은 없다"고 평가했다.

야후의 전 고위 임원은 "한 번도 제리 양에게 업무에 대해 보고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되돌아와 성공한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제리 양의 개인적인 성향도 지적된다. CEO취임 후 스피드를 강조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는 '기다리는 성향'이어서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업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그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오래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고 '만성적인 지연병'에 걸려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주가도 생각만큼 올라주지 않고 있다. 야후의 취임 당일 반짝 올랐던 주가는 여전히 주당 27~28달러선에 머문다. "이제는 내가 회사를 이끌 때"라고 자신감을 표시하는 제리 양이 앞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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