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대표 모두 “실수”발뺌/국민­새한국당 통합 왜 깨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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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 “모든 것 백지화… 백의종군·홀로서기뿐”/이 “개별 입당 있을 수 없다”활로찾기 고심
국민당과 새한국당의 통합이 무산되게 됐다. 국민당측이 당초의 입장을 번복,이종찬의원의 개별입당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새한국당측은 약속대로 당대 당 통합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국민당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한국당과의 「당대 당 통합불가」입장을 공식선언했다. 그는 『대선 직전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에서 당 공식절차를 거치지 못한채 당대 당 통합에 합의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즉 새한국당과의 통합은 이미 가칭 새한국당의 채문식 전창당준비위원장과의 합의에 의해 끝난 상태며 따라서 그 이후 있은 이종찬대표와의 약속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국민당측은 ▲공동대표 보장 ▲당직 균분 ▲2천억원의 정치발전기금 조성 등 공당화 등 합의사항은 대선직후인 지난해 12월23일 경주에서 있은 의원총회의 「백의종군」결의문을 통해 백지화 됐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의총에 새한국당의 이종찬대표와 장경우사무총장도 참석했으므로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 대표는 4일 새한국당의 이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은 국민당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공동대표 자리는 줄 수 없으므로 「백의종군」과 「홀로서기」중 택일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당측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대선패배라는 상황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당내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당내에는 벌써부터 2인자 자리를 놓고 선두다툼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동길·양순식최고위원과 입당자인 이자헌·한영수최고위원 등이 나름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종찬의원이 공동대표로 「입성」한다는 것은 경쟁자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이 의원의 공동대표에 적극 반대해왔고 그런 점에서 국민당 출신 인사나 입당파들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자헌·김용환최고위원 등 입당파들은 「김우중 파동」및 국민당과 새한국당의 통합협상 과정에서 빚어졌던 이 의원에 대한 마음의 앙금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들중 몇몇 인사들은 만일 이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 당을 떠나겠다고까지 말해왔기 때문이다.
○…새한국당측은 이종찬대표가 대통령후보까지 사퇴하고 통합을 선언했으므로 마땅히 그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경우사무총장은 『두 당 대표간의 공동선언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럼에도 이제와서 약속을 번복한채 개별입당을 요구한다는 것은 국민당이 공당 아닌 사당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기구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필요하다면 정 대표의 서명이 들어있는 합의각서를 국민들 앞에 공개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극적 합의점을 찾지못할 경우 추악한 감정싸움 양상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이종찬의원은 이날 오전 신교동 자택에서 『지난번에 잠시 눈이 어두워 국민당과 통합을 선언했다』며 정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
이 의원은 『나는 공인으로서 식솔을 팽개치고 개별입당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원칙이 없었다면 지난번 채문식씨가 국민당에 갈때 같이 갔을 것』이라고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한 국민당과의 통합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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