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속의한국기업] '대륙의 여심을 사로잡아라'

　“고객의 미(beauty)와 건강(health)을 위해 토털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국내 최고 화장품 제조업체 (주)아모레퍼시픽의 2015년 비전이다. 최근 몇 년 새 아모레 퍼시픽이 해외영업을 강조한 이유다. 그리고 그 해외 진출에서 대표적인 성공을 거둔 곳이 바로 홍콩이다. 중국 사업의 연장선에서 홍콩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 시장으로 가는 일종의 시험장소인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중심부 코스웨이베이에 있는 세이부 백화점에서 홍콩 젊은 여성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 라네즈 매장이다. 불어로 눈(雪)이라는 뜻의 이 브랜드는 아모레 퍼시픽이 2002년 홍콩에 진출한 이후 홍콩 내 단일 화장품 판매로는 최고 수준에 올랐다. 20대 중반 여성을 겨냥한 기초 화장품 라네즈는 지난해 2백만여 개가 판매됐을 정도로 홍콩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특히 여성들이 잠자기 전 얼굴에 바르는 ‘워터 슬리핑 팩 플러스’는 요즘도 홍콩 20대 여성들의 필수품이 됐다. 습도가 높은 홍콩에서 습기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여성용 팩 화장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라네즈는 수면 팩으로 사용 후 끈적임이 전혀 없어 수분을 얼굴에 흡수 시킨 후 바로 잠을 잘 수 있는 반투명 젤 타입이다.

　“홍콩 날씨가 습하기 때문에 팩은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인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마케팅 팀 현지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날씨는 습하지만 홍콩인들은 하루 대부분을 에어컨 시설이 있는 실내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히려 건조한 피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이 회사 홍보팀 김태연씨의 설명이다. 철저한 현지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은 현지 투자법인을 만들어 현지인의 판매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2002년 라네즈 홍콩 진출과 함께 설립된 아모레퍼시픽 홍콩에는 167명의 현지인이 근무하고 있다. 지분 비율은 현지인 70%, 퍼시픽 30%다. 홍콩 진출 5년 만에 매장은 15개로 늘어났다.
　라네즈가 20대를 겨냥한 전략 품목이라면 한방 화장품 설화수(雪花秀)는 40대 부유층을 겨냥한 브랜드다. 이 때문에 홍콩 내 4개 매장도 철저히 고급 백화점이나 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마케팅도 철저히 부유층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파고드는 게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 국제영업 1팀 이희원씨는 “라네즈 성공은 현지 고객이 원하는 것과 시장 현황을 미리 조사 분석한 후 철저한 사전 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 투자법인을 통한 마케팅과 유통·판매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고 말했다

　홍콩의 성공은 중국시장 공략과 맞물려 있다. 아모레 퍼시픽은 이미 1990년 초에 글로벌 브랜드 전략 아래 중국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93년 선양(瀋陽)에 현지 법인을 만들어 동북지역 공략에 들어갔다. 이듬해에는 라네즈 중국 진출을 위해 3500여 명의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철저히 조사했다. 이 조사는 3년 동안 계속됐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2002년 세계 브랜드 각축장인 홍콩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2004년 봄에는 라네즈 딸기 요구르트 팩이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전역을 휩쓸기도 했다. 라네즈는 고급 이미지와 부합하는 백화점 유통에 집중해 올 3월 현재 상하이(上海)의 고급 백화점인 팍슨과 태평양 등 중국 전역 37개 도시 118개 백화점에 매장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500억 위안(약 6조원)이며 2010년이면 시장 규모는 800억 위안(약 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약 4000여 개 화장품 회사가 득실대는 중국에서 아모레 퍼시픽은 지난해 이미 매출 순위 9위(매장이 있는 곳 기준)를 기록했을 정도로 약진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2015년까지 중국 화장품 업계 톱 5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상하이에 법인을 만들어 중국 남부 지역으로 시장을 넓히면서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