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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200만원·휴대폰 10弗… '초저가 경쟁'

중앙일보

입력

어떻게 200만원대의 승용차 생산이 가능할까. 200만원대의 자동차가 굴러가기는 할까.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200만원대의 차량을 내놓겠다고 선언하자 닛산이 300만원대의 차량을 선보이겠다고 밝히는 등 세계 자동차 업계에 초저가 승용차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친디아(중국과 인도) 자동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고급 자동차보다 저렴한 소형차가 업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

친디아는 경제발전으로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마이카시대를 맞고 있다. 친디아의 중산층은 고급차를 살 능력은 없지만 싸고 성능이 좋은 실용적인 차량은 살 수 있는 구매력을 보유하게 됐다.

휴대폰 업계가 친디아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투어 10달러대의 초저가 휴대폰을 내놓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는 친디아 등 이머징마켓이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 르노, 저가차 경쟁 불 댕겨
저가차 시장의 문을 연 것은 르노닛산이다. 르노닛산은 2004년 1만달러의 저가형 모델 '로간'을 출시하고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50만대 넘게 판매했다. 인도에선 지난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두 달 여만에 2800대가 팔렸다.

르노닛산은 이에 그치지 않고 300만원대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 회장은 3000달러대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인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인도의 자동차업체 마힌드라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르노닛산은 마힌드라와 인도 남부 첸나이 지역에 9억2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설립중이다.

◇ 타타모터스 "우리는 200만원대다"
인도의 타타모터스는 아예 200만원대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타타는 2008년 1월 인도 델리에서 열리는 자동차 엑스포에서 10만루피(2467달러, 230만원)대의 초저가 자동차 '알에스(RS) 10만'를 공개할 계획이다. 모델명 자체가 10만루피다.

현재 출시된 차량 중 가장 저렴한 차는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인도 자회사 마루티가 내놓은 '마루티800'으로, 대당 4000달러다. 타타는 세계 최저가 자동차를 내년 3분기 이전에 상용화할 방침이다.

◇ 200만원대 승용차 어떻게 가능한가
타타가 이처럼 초저가 차량을 출시할 수 있는 것은 혁신적인 생산-유통체제에 있다.

타타는 오로지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특정 딜러들을 통해 독점 판매하는 전통적인 생산-유통체제를 폐지하고, 자동차 기본 부품만 생산한 뒤 이를 인도 전역의 타타 대리점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대리점에서 고객의 수요가 있을 때 자동차를 조립, 판매해 생산 원가를 절감한다는 전략이다.

타타의 이같은 생산방식은 일단 운송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완성차보다 부품형태로 차를 운송하는 것이 운송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타타차의 대리점에 기술자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타타는 생산 방법에도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자동차 몸체를 산소용접이 아닌 공업용 접착제로 붙이는 등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차체를 공업용 접착제로 붙이는 것이 용접보다 손쉽고, 차량의 무게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타타는 대부분 부품을 자체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에 의존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는 푸네의 부품업체에서 저가의 부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가차 성장세가 전체 자동차 성장 따라잡을 것
자동차 시장의 화두가 저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이머징마켓에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을 세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일본의 토요타와 국민차의 원조격인 독일의 폭스바겐 등도 인도와 러시아를 겨냥한 저가차를 개발중이며,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크라이슬러, 포드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중국 체리자동차와 저가차를 개발키로 했으며, 포드는 소형차 라인 KA 시리즈의 신모델을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자동차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업체들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로널드 베르거 스트레터지 컨설턴트는 "1만유로(1만3500달러) 이하 자동차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연간 400만대정도 판매되지만 2012년이면 1800만대로 급증할 것"이라며 "저가차 시장의 성장세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추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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