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교류|유석렬<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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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남북간에는 고위급 회담 세 차례와 남북여성교류가 이뤄졌다. 남북경제교류를 위해 북한 정무원 부총리 김달현 일행의 방한과 우리 남포조사단의 방북이 이뤄졌으며 특히 남북 기본·부속합의서 채택으로 인적 교류의 실무를 맡게 될 연락사무소가 비무장지대에 설치됨에 따라 공동위만 본격 가동되면 인적 교류가 활발해져「자유왕래」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결국 북한 핵, 이산가족고향방문 무산,「남한조선노동당」사건, 이에 대응한 한미의 팀스피리트훈련 재개결정, 남-북 경제교류 보류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새해에도 인적 교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은 남북간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 추진으로 북한사회에「자유바람」을 유입, 개방을 촉진시키고 민주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인적 교류에 대한 우리입장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동·서독인의 자유왕래가 동독사회의 붕괴를 가져왔던 역사적 경험에 비춰 자유로운 인적 교류가 남-북 관계에서 마지막 선택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구도를 보더라도 주한미군철수 등 연방제 전제조건이 실현된 뒤에야 연방제가 구성될 수 있고 그 뒤에나 「10대 시정방침」의 일환인 인적 교류가 차례로 추진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남북주민의「자유왕래」도 북한에 있어 선전적 차원 이상일 수 없다.
북한이 한때 통일열기를 확산시키면서 인적 교류를 제한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위기 모면 적인 체제수호전략일 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새해에 북한이 같은 목적에서 제한적 인적교류를 확대시킬 가능성은 있다. 그것은 북한의 경제가 한계점에 달하고 미일과의 수교문제를 풀지 못하면 남한과 경제교류는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제에 영향을 줄 교류는 허용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새해에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서신교환, 북한관광, 특파원상주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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