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음 가득한 파출소(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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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노원경찰서 공릉2동 파출소 김석호순경(32)은 소내 탁자위에 놓여있는 꽃들을 보면 저절로 흐뭇해진다.
이 파출소가 매주 한번씩 꽃을 한아름 안고와 꽃꽂이 해놓고가는 주민 허규순씨(34·여·꽃꽂이강사)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7월초 어느 비오는 날.
파출소앞 공중전화에서 급한 일로 전화를 걸려던 허씨가 동전을 바꾸기 위해 난생처음 파출소 문을 열었다.
김 순경이 선뜻 내주는 20원으로 공중전화를 걸었으나 고장이었다. 『파출소내 전화를 쓰라』는 김 순경의 권유로 무사히 전화를 마친 허씨는 생각밖의 경찰모습에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남자들만 있는 딱딱한 곳,죄를 지어 어쩔 수 없이 가게되는 곳으로만 알았었는데….』
허씨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느낀 고마움을 더 큰 정성으로 갚았다. 달리아·국화·카네이션 등 각양각색의 꽃을 들고 매주 파출소를 찾는 반가운 방문객이 된 것이다.
『처음엔 부담스럽더군요. 주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봉사를 했을 뿐인데….』
김 순경은 허씨가 정성스레 매만져놓은 꽃들을 볼때마다 힘겨운 업무에 이따금 짜증을 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작은 친절의 큰 결실을 되새긴다고 했다.
8월부터 「자,이제는…」운동에 동참한 서울경찰청은 산하 각급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민원 주민들에 대한 동전제공·화장실 개방·식수제공 등 실천지침을 내려놓고 있다. 공릉2동 파출소의 경우 우산 10개를 마련해 주민들에게 빌려주는가 하면 카드용 공중전화 사용자를 위해 카드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매주 파출소를 찾아주는 허씨를 보면서 친절봉사운동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작은 불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파출소 조무호소장의 설명. 전화 한통의 작은 친절이 주민쪽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달라진 경찰상을 만든 것이다.<강홍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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