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뉴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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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국내외 10대뉴스가 각 언론사들에 의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뉴스밸류를 다루는 시각과 척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10대뉴스에 나타난 92년의 지구촌은 그야말로 「껍질이 깨지는 아픔」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모색하려는 몸부림이 과거 어느때 보다 거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변화에 대한 욕구다.
우선 국제적으로는 무명의 아칸소주지사 빌 클린턴이 현직인 조지 부시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들은 침체에 빠진 미국경제의 회생을 변화속에서 찾으려 했다. 죽어가는 지구를 회생시키기 위한 리우환경회의도 92년의 빅뉴스다. 사상 최대인 1백85개국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것을 봐도 지구의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구도 이제는 달라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일을 향한 힘찬 발걸음과는 달리 뒷걸음질만 계속하는 사건들도 적지 않았다. 인종과 종교의 갈등이다. LA의 흑인폭동,유고의 내전,독일의 극우폭력,인도의 종교분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소말리아의 기아참상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눈을 나라 안으로 돌려봐도 역시 변화의 바람은 거셌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30여년의 군사문화를 종식시키고 문민시대의 막을 연 것이다. 그리고 숙명의 동반자며 경쟁자였던 김영삼­김대중씨가 승자와 패자로 갈리면서 「양김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특히 김대중씨가 의연한 모습으로 정계를 은퇴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귀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속속들이 드러낸 사건들도 적지 않았다. 정보사땅 사기사건·CD파동·이동통신후유증·신행주대교붕괴사건·휴거소동 등은 모두 쌓이고 쌓인 부조리와 불신·불만의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92년이 저무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즐거운 일도 기억해 보자. 그것은 바르셀로나올림픽의 몬주익경기장에서 두팔을 높이 치켜들고 뛰어들어온 황영조의 마라톤 제패. 그는 한때 은퇴를 선언해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93년엔 우리 모두 같이 다시 뛰어보자.<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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