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기미 안보이는 영어 8번 점수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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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학마다 기준달라 학부모들 반발/원칙론만 되풀이 평가원태도 문제
전기대 학력고사 영어 주관식 8번문제에 대한 정답시비가 서울대가 당초 방침을 바꿔 국립교육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이외의 유사답에도 부분점수를 부여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부분점수를 부여키로 한 대학의 경우 유사답안대로 쓴 수험생·학부모들이 이를 만점 처리하는 다른 대학의 예를 들어 『같은 점수로도 당락이 갈라질 판에 부분점수를 받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며 만점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대로 정확히 쓴 수험생·학부모들은 『이 문제의 정답은 하나 뿐이므로 유사답안에 대해서는 만점처리는 물론 부분점수 부여도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답시비 전말=고려대·서강대 등 대부분 대학들이 채점과정에서 이 문제의 정답으로 제시된 「every effort to solve problems for yourself」외에 「every effort for yourself to solve prolems」도 가능한 표현이라며 3점 만점을 주고 대부분의 다른 대학들도 1∼2점의 부분 점수를 인정했으나 유독 서울대가 이를 0점 처리하면서 비롯됐다. 서울대는 『후자는 부사 위치가 자유로운 현대 영어에서 회화적 표현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결코 학교문법에서 요구하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다른 대학들이 유사답안을 만점 또는 부분점수 처리하면서 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자 서울대는 26일 오후 채점위원회 회의를 다시 열어 마라톤회의끝에 이를 번복,유사답안에도 부분점수를 부여키로 결정했다.
◇평가원의 실책=평가원이 채점기준표 작성때 유사답안 처리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은데다 답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아 논란을 증폭시켰다. 문맥으로 보아 for yourself가 solve를 수식하기 위해서는 문장 맨끝에 위치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현대 구어체 영어에서 부사의 위치는 어디에나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만약 평가원이 각 대학에 배포한 채점표에 가능한 유사답안을 적어놓고 이런 경우에는 몇점을 주라는 기준만 제시했더라도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평가원은 더구나 이같은 시비가 이는데도 책임기관으로서의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고 『제시된 정답이외의 유사답안에 대해서는 각 대학별로 채점기준을 마련해 적용토록 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책임 모면에만 급급하지 않았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향후 과제=이번 시비의 근본적 원인은 출제는 국가기관이 일률적으로,채점은 해당 대학별로 하도록 한 현 입시제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새 입시제도 아래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론 주관식 위주로 출제될 대학별 고사에서 수험생·학부모의 주장에 따라 채점기준이 흔들릴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입시관계 전문가들은 『우선은 평가원과 각 대학이 정확한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각 대학으로서는 자체적으로 내린 학문적 결정을 외압에 의해 번복하는 등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하며 출제·채점체계를 일원화해 평가원에 「채점위원회」 등 국가고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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