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회당 자민당과 밀월마감/다나베위원장 사임과 향후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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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환신과 친분·개혁부진이 사퇴계기/새 지도부 강경노선땐 국회파란/조기총선 연결 정계재편 가능성
다나베 마코토(전변성) 일본 사회당위원장이 24일 물러났다. 그의 사임은 지난 21일 당중앙위원회에서 유임이 결정된뒤 이틀만에 갑자기 발표돼 일본 정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의 사임으로 일본 정계재편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새로운 사회당 지도체제가 강경노선을 걸어 내년 1월 정기국회가 파란끝에 조기총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나베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세대에 당을 맡겨 당을 개혁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짜 사임이유는 그의 지도노선에 대한 당내외의 거센 비판때문이다.
그동안 사회당 내부에선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 처리과정에서의 소걸음(우보)전술,참의원선거 패배,사회당 개혁부진,됴코사가와규빈(동경좌천급편) 스캔들 추궁미진으로 다나베위원장에 대한 사임압력이 거셌다. 특히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자민당부총재와 각별한 관계는 그를 퇴진으로 몰고간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과거 사회당 국회대책위원장으로서 상대역인 가네마루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 일본 정가에선 이들 사이를 「맹우관계」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당 의원총회에선 다나베위원장이 가네마루와 사적 친분때문에 자민당의 도쿄 사가와규빈 스캔들 추궁이 미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당중앙위원회는 그가 위원장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새로운 활동방침」을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힘을 합쳐 당을 개혁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이룩하자고 역설해 사임압력을 회피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그후 이틀만에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함으로써 당내외에 큰 충격을 줬다.
다나베위원장의 이같은 행동은 자신이 압력에 의해 쫓겨나는 형태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사임후에도 당내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사회당은 자민당의 각종 스캔들을 철저히 추궁해야 하는데 다나베체제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다나베위원장의 사임은 가네마루의 정계은퇴와 더불어 자민당과 사회당의 유착이라는 일본 정치구도의 종말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는 또 일본정계의 유동화를 가져와 정계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은 다나베위원장 퇴임이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전총리의 사임관철 등 사회당의 강경노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사회당의 현실을 보면 개혁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임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 서기장,이토 시게루(이등무) 부위원장,도이 다카코(토정다하자) 전위원장 등에게서 참신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사회당은 자민당 이상으로 경직되고 보수화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당 우파 출신의 다나베위원장이 그동안 이데올로기적 측면이 강한 사회당 노선을 현실화하기 위해 애쓸 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은 좌파의 견제는 사회주의 붕괴후의 사회당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사회당위원장이 아직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등 북한에 편향된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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