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불안해소가 급선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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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0년대 농정의 핵심은 농어촌 구조 조정사업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등 예상보다 빨라진 국제화 및 개방화에 맞서 농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업의 첫번째 어려움은 농사짓기에 가장 적합한 집단우량 농지를 선별해 우리나라 농업의 터전으로 삼는 이른바 농업진흥 지역을 무난히 지정할 수 있겠느냐였다.
정부는 23일 전체 농지의 48.2%에 해당하는 1백만8천 정보를 농업진흥 지역으로 발표함으로써 농어촌 발전특별 조치법과 관계시행령이 못박고 있는 연말시한을 가까스로 지켰다. 농업진흥지역 지정은 그만큼 농민 당사자들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줄만큼 민감한 문제로 일부지역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있었다. 주민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현행의 절대농지 4만여 정보를 일단 진흥지역으로 분류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구조조정 사업은 당초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흥지역으로의 개편이 비록 농업생산 기반투자를 수반한다 하더라도 농업의 장래에 대한 불안과 불만요인은 계속 잠재되어 있다.
이같은 우려의 첫번째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해마다 낮아져 현재는 43%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농수산물의 수입자율화율은 이미 90%를 넘어선 시점에서 고생산성의 시설농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하는 의문이다. 특히 쌀의 경우 소비를 촉진시켜야할 만큼 재고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적정생산량을 보장할만한 진흥지역을 충분히 확보했느냐에 대한 정밀 재검토가 필요하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를 감안해도 주곡생산 농지는 보다 여유있게 지정되어야 한다. 진흥지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농업용수를 개발하고 경지정리 등에 대한 비용도 국고에서 부담할뿐만 아니라 추곡수매량도 우선 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비진흥지역 농지소유자보다 결코 재산상 손해가 나지 않고 균형된 농가소득이 보장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농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농민들의 불만은 재연될 것이다.
두번째는 진흥지역 이외의 농지에서 나타날 농업의 포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진흥지역 밖의 농지도 까다로운 허가를 거치지 않고는 전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더 이상 경작을 하지 않으려는 농민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투기억제 및 전용이익의 환수조치도 필요하나 이들 지역에서 농외소득 시설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책들은 앞으로 김영삼대통령 당선자의 농촌소득증대 공약과도 연관시켜 풀어나가야 할 사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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