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칭찬하고, 때론 경쟁시키며 키웠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자식 하나 제대로 음악 시키기 힘든 세상인데 딸 넷을 국내외 정상급 교향악단의 악장(樂長) 또는 수석주자로 키워낸 어머니가 있다. 16년 전 연년생 딸 넷을 같은 비행기에 태워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 보낸 피아니스트 전신주(58·안양대 교수)씨가 주인공이다.

홍수연(31·프라임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 수진(30·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악장·바이올린), 수경(29·덴마크 왕립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 수은(28·대전시향 오보에 수석)씨 등 딸 네 명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랜 만에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2녀, 3녀와 함께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 멤버로 있는 덴마크인 셋째 사위 피아니스트 옌스 엘베케어(38)와 KBS 교향악단에서 악장으로 활동 중인 남동생 전용우(48)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솔직히 그때 국내에서 한 집에서 네 명씩이나 음악 공부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웠어요. 유학가서 좋은 선생님 만나 장학금까지 받고 공부해 고맙죠. 큰 딸이 엄마 아빠 노릇을 해줬어요. 자매들을 묶어서 유학 보냈더니 외로움도 덜 타더라구요. 서로 경쟁도 하고 격려도 해주고…생각보다 쉽게 키웠어요.”(전신주)
 
“엄마의 피아노 반주에 아버지가 노래하시는 것 듣고 자랐어요. 엄마가 아빠가 단원으로 있던 서울대 치대 남성합창단에서 반주하다 만났으니 처음부터 음악으로 맺어진 가족이죠”(수경)
 
“동생들과 실내악 연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요. 음악의 길을 함께 가는 동료이자 친구, 스승이죠.”(수연)
 
“피아노는 기본이에요. 엄마 덕분이죠. 언니 동생 반주 해주고 제자들 레슨할 때도 직접 피아노를 치는 걸요.”(수은)
 
함께 자리하지 못한 막내 사위 바리톤 김형기(평택대 초빙교수)씨, 막내 사위의 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기(KBS 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수석), 아마추어 테너로 덴탈 코러스 명예회장으로 있는 아버지 홍경택(63)씨까지 보태면 음악 식구는 더 불어난다.
 
둘째, 셋째 딸과 셋째 사위는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을 결성해 8년째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셋째 딸 부부도 빈 유학 시절 만난 실내악 파트너다. 콘 브리오’란 ‘열정을 가지고’라는 뜻의 악상 기호다. 2001년 뮌헨 ARD 콩쿠르 실내악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했으며, 내년 2월 8일에는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한다.
 
“이젠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어요. 실내악은 말보다 연주로 소통해야죠. 동생 부부와 집은 다르지만 함께 연습하고 밥먹고 거의 같이 살다시피하죠”(홍수진)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은 7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라임 필하모닉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베토벤의‘3중 협주곡’을 들려준다. 클라리넷 수석 주자인 맏딸 수연씨까지 보태면 네 식구가 한 무대에 서는 셈이다. 막내 수은씨도 객원 자격으로 무대에 서려고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객석에 남기로 했다. 7월 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기념으로 열리는 맏딸 수연씨의 클라리넷 독주회에서는 둘째 수진, 셋째 수경씨가 함께 출연해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연주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자녀를 음악가로 키우기 위한 8가지 팁
1. 악기는 성격과 체격에 맞게 신중하게 선택하라
2. 집에서 음악을 생활화하라
3. 피아노와 실내악은 기본
4. 힘들어할수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마라
5. 스스로 음악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라
6. 다른 자매, 다른 집 아이와 절대 비교하지 말라
7. '쉬어가면서 하라'고 말해야 더 열심히 한다
8. 대화를 자주 해서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을 줘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