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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어린이책] '착한 아이 되기' 미국 학교는 어떻게 가르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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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음학교 루이스 비 웰던앤 디 매더 지음, 정다운 외 옮김, 심경식 그림, 삼성출판사, 219쪽, 9800원, 초등 고학년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더러 공부하라 닦달하지만 실제 공부만 잘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부도’ 잘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더 많다. 착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예의 바르고, 자기 할 일 스스로 챙기고, 책임감과 용기도 있고…. 굳이 욕심쟁이 부모가 아니더라도 자기 아이들이 이렇기를 바랄 것이다.

 이 책엔 부모들의 그런 소망을 실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내용이 담겼다. 책을 함께 쓴 미국의 교육자와 작가는 우선 미국 학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덕목 26가지를 뽑았다. 그리고 각 덕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서너 가지씩 붙였다. 그러니 미국식 도덕 교재인 셈인데 억지스럽지도 않고 이야기도 짧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실수를 지우는 지우개’란 이야기를 보자. 주인공 캐시는 같이 놀자고 조르는 동생과 집 안에서 술래잡기를 하던 중 옷장 뒤에 숨으려다 액자를 깨뜨린다. 부랴부랴 부서진 액자를 치우려는데 엄마가 “너희들, 집 안에서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지?”라고 꾸중을 한다. 캐시는 “죄송해요, 엄마. 제가 그랬어요”라고 잘못을 시인하며 ‘시험지에 답을 잘못 썼을 때처럼 실수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엄마는 잘못을 인정한 캐시를 더 이상 야단치지 않고 캐시는 유리 가게에 가서 새 유리를 끼워 오기로 한다. 실수를 지울 수는 없지만 스스로 만회할 수는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야기 끝에 붙은 ‘함께 생각해요’가 책을 값지게 한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세요”라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식이다.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어린이 혼자 읽어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학교에서 역할놀이를 하거나 어른이 함께 읽으며 어린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줘야 효과가 클 짜임새다. 고운 그림을 넣고 우리 실정에 맞게 일부 내용을 다듬었지만 우리 교육 현실과 다른 사례도 있는 만큼 더더욱 그런 배려가 필요하다. 형식은 이야기책이지만 어쨌든 ‘교과서’니까.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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