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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축구 흑인 감독 돌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프로 미식축구(NFL)는 감독에 관한한 백인들의 독무대였으나 지난해부터 흑인 감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내셔널콘퍼런스 리그(NCL) 중부조에서 수위를 달리고있는 미네소타 바이킹스(9승 4패)의 사령탑인 데니스 그린(43).
두둑한 배장의 소유자인 그린은 흑인으로선 89년 LA레이더스의 아트 셀이후 사상 두번째 NFL감독이다.
미네소타 바이킹스 구단주인 로저 헤드릭은『지난해 신임 감독 후보 10명중 한 명인 그린이 직접 자기 소개서를 비롯해 바이킹 구단이 살아남는 길, 코칭 스태프의 할 일등을 적은 계획서를 제출해 감명을 받고 기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NFL선수의 56%가 흑인인데 흑인 감독은 그린이 유일하며 흑인 쿼터백도 드문 것은 흑인들의 머리가 뒤떨어진다는 백인들의 고정관념 때문.
프로감독 데뷔 첫 해에 조 수위를 달리고 있는 그린의 지도 방식은 너무나 평범하다.
『연습 때 울고 경기 때 웃자』『최선을 다하고 승패는 하늘에 맡기자』등이 지도방침이다.
그린은 바이킹구단에 오기전 스탠퍼드 대학에서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미국 대학 체육협회(NCAA) 1백7개팀으로 구성된 1부 리그에 속해 있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세 시즌을 마친 그린은 지난해 1월 미네소타 바이킹스로 옮길 때 몇 안되던 흑인 감독들 (롱비치 주립대학의 윌리 브라운, 노스웨스턴 대학의 프랜시스 페이)이 모두 해임 당하는 현실을 목격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그린은 지난달 템플 대학이 론 디커슨을 기용하기까지 대학·프로를 통해 유일한 흑인 감독이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 감독보다 유일한 흑인 감독이란 점이 그린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되었다.
그린은 무엇보다 역시 흑인은 별 수 없다는 백인들의 통념을 깨기 위해 누구보다 짜임새 있고 합리적인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우편 배달부 아버지와 미용사 어머니의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린은 11세때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고 2년 후엔 암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으나 형들 덕분에 안정된 가정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 모범생인 그린은 고교 졸업반 때에는 학급반장·미식축구팀 러닝백으로 활약했다.
아이오와대학에서 선수로 활약한 그린은 71년 대학 졸업 후 철물회사에서 일하며 철물회사 사장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무보수 코치직을 맡으며 새벽5시부터 낮12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엔 학생들을 지도했다. 무보수로 1년을 보낸 그린은 데이턴 대학의 부코치로 뽑혀 본격적인 지도자 길에 들어섰다.
3년후인 74년 아이오와 대학으로 돌아온 그린은 쿼터백· 리시버의 전담코치를 맡았으나 코치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러닝백 코치를 맡으면서부터.
당시 스랜퍼드 대학 감독인 명장 빌 워시의 권유로프로 명문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코치로 1년간 활약하기도 한 그린은 77년 노스웨스턴 대학 감독으로 옮긴 후 스탠퍼드 대학 감독(88년)을 거쳐 지난해 하위그룹인 바이킹 호에 승선하기에 이른 것이다. <장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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