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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폭력시위 피해자들 민사소송 없이 배상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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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례1=2005년 5월 '미군 철수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는 '패트리엇 미군기지 폐쇄를 위한 전국 인간 띠 잇기 대회'를 인근 공군부대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시위 과정에서 800여m의 부대 철조망을 파손했다. 대책위 소속 관계자들은 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공군은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하지만 1년10개월이 지난 올 3월에야 3400여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사례2=올 5월 청주지법 민사22단독 윤성묵 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대표 박모(63)씨를 포함한 관계자 11명에게 "충청북도와 충북경찰청에 101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도청과 지방청은 지난해 11월 본부 측의 반FTA 시위로 기물이 파손되자 민사소송을 냈다.

현행 법으로는 불법 폭력 시위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겐 정확한 피해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변호사 비용도 부담이다. 소송 기간이 긴 것도 문제다. 국가기관이 낸 민사소송도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일반인은 억울해도 소송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유죄 선고와 배상금 부과(배상명령)를 함께 하도록 절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25일 배상명령의 대상 사건에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죄를 포함하도록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상해.폭행치사 같은 폭행사건이나 사기.횡령 같은 재산범죄에 한해 배상명령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조만간 입법예고와 관련 부처의 의견 수렴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낼 방침이다. 시행 목표는 내년 상반기다. 법무부 안태근 공공형사과장은 "형사 재판에 민사 재판의 요소가 더해져 처벌과 배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강화키로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폭력 시위의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관련자들을 기소하면 법원에 배상명령 신청을 내게 된다. 피해자는 시위로 인해 생긴 물적 피해나 치료비.위자료까지 배상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

김종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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