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카메라 20여 곳 설치" 영변 핵시설 폐쇄 초읽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13 합의에 따른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돈이 25일 완전송금돼 북한이 약속 이행을 시작한 것이다. 26일 오후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이끄는 실무대표단이 4년8개월 만에 평양에 들어간다. 북한은 2002년 10월 미국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이 제기돼 2차 핵위기가 발생하자 그해 12월 영변 핵시설을 감시하던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하고 IAEA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평양을 다녀온 뒤 "3주 내 영변 원자로가 폐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IAEA 대표단이 방북함에 따라 다음달 16일을 전후해 핵시설 폐쇄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30일까지 이재선 북한 원자력총국장과 핵 관련 당국자들을 만나 폐쇄 대상과 감시단의 규모, 활동 범위를 협의한다. 실무 협상이 끝나면 북측은 핵시설 폐쇄에 착수하고 관련 설비 등을 봉인한 뒤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 검증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힐 차관보가 밝힌 대로 핵시설 폐쇄를 위한 양측의 이견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 대상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동결한 5개 핵시설 가운데 영변의 4곳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변 핵단지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 공사 중이었던 태천의 200MW 원자로는 제외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핵물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도록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영변의 5개 시설은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봉인 대상의 시설.장비가 제네바 합의 때와 비슷한 8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시카메라는 20여 곳에 설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동위원소 생산연구소와 3곳의 폐기물 시설은 IAEA 미신고 시설이어서 폐쇄 범위 포함 여부를 놓고 IAEA와 북측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IAEA 대표단이 영변 핵단지를 이번에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사찰관으로 활동하던 90년대 초 북한이 IAEA에 보고한 플루토늄 추출량 기록의 진위를 밝히는 작업을 주도하는 등 핵 사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이 때문에 그가 영변 현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찰단 활동 범위에 대해 북측을 압박할 경우 초반부터 기 싸움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IAEA 측은 북측이 조속히 IAEA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북측은 북.미 교섭을 통해 핵 문제를 풀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