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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사면' 때는 늦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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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시장의 격언이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에 주식을 사고, 알려졌을 땐 판다는 얘기다. 증시에서 공시는 모든 투자자에게 투자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공시가 발표되기 전부터 주가가 급등,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시 전부터 주가는 '들썩'=인터넷 포털 업체인 엠파스는 25일 SK케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주가는 이미 15일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15일부터 21일까지 37.09% 급등한 뒤 공시 하루 전 거래일인 22일엔 9.19% 하락했다.

앞서 반도체 관련 장비업체인 에이디칩스는 20일 SK텔레콤에 인수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역시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29일부터 공시 전일인 19일까지 15거래일 동안 55.04% 급등했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업체인 위디츠는 22일 2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이미 11일부터 25일까지 62.59%나 상승했다.

이밖에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퓨어나노텍, 가스전 사업권 취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에스비텍은 공시 전 주가가 20~50% 상승했다.

◆"무작정 추격 매수는 금물"=인수합병(M&A)이나 기업 분할, 지주회사 전환에는 회사 안팎의 여러 사람이 관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에 소문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아 거래량과 주가가 공시보다 먼저 반응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정보를 먼저 알기 힘들다.

엠파스의 경우 주가가 본격 상승한 15일부터 21일까지, 개인들은 주가가 반등한 틈을 타 연일 매도에 나서 20여 만주를 팔았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약 3만7000주, 8만1000주를 사들였다. 지난달 10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4870원에서 3만7500원까지 수직 상승한 성원건설도 비슷하다. 성원건설은 5월 21일 2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두바이 도심지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공시 전날 8만2000주를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8만7000주를 사들였다. 공시가 나올 줄 알았더라면 개인들은 주당 3만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보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들이 공시를 보고 무작정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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