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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성추행…"남자가 못하면 병신"

중앙일보

입력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후'가 지난 23일 성추행과 관련된 방송을 내보내, 시청자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날 방송을 통해 한국 사회가 성범죄에 대해서 관대한 점을 꼬집었다.

특히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사례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술자리에서 한 여기자의 가슴을 만져 물의를 일으킨 최 의원은, 얼마 전 2심에서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고 유예는 2년 동안 피고인이 별 다른 사고 없이 지내면, 선고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해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무죄판결이나 다름없는 것.

재판부의 판결은 피해 여기자가 보낸 의견서에 근거한 것이다. 성추행이 친고죄인 것을 들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인간을 향한 용서가 정치권 등에서 악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고소 취소에 준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 됐다"고 주장했다.

학계와 여성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가슴을 움켜쥔 것이 강제추행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얼마나 심각한 폭행을 해야만 강제추행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시청자의 눈길을 끈 것은 최연희 의원의 지역구 반응. 지난해 2월, 최 의원의 지역구 강원도 동해 삼척에서는 일제히 그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성명서가 쏟아졌다.

당시 최 의원의 사무실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최연희 의원의 한 지지자는 시위대에게 놀라운 말을 했다. "불알 차고 못하면 병신이지"라고 오히려 소리를 친 것. '뉴스후'는 "최연희 의원을 적극 옹호하던 이 여성은 두 달 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삼척시의원에 당선됐다"고 전했다.

또 최연희 의원 보좌관은 당시 사무총장직을 그만 둔 것에 대해 "술 취해서 모른다고 우겼으면 근거가 없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술 먹고 한번 만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지역구를 위해 잘만 한다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시민들의 인터뷰도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는 박명수 전 우리은행 농구팀 감독의 성추행 파문도 다뤘다. 박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중 선수를 숙소로 불러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선수의 증언에 따르면, 박 감독은 상하의를 모두 벗은 나체 상태에서 수건으로 몸 가운데 부분만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으나 피해 선수가 벗지 않자, 옷을 벗기는 등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강하게 반항했지만, 감독의 성폭행 시도는 30분이나 계속됐다. 결국 동료 선수들이 방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후 박 감독은 피해 선수의 아버지와 직접 만나게 됐다. 피해 선수의 아버지는 이날 대화를 녹음했고, 제작진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대화에서 결국 피해자의 아버지는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결국 박 감독은 성폭행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다른 선수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뉴스후'는 농구 팀 감독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이 저항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방송을 통해 우리은행 구단 측이 과거에도 박명수 감독을 비슷한 일을 저질렀으나, 덮어줬던 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구단 측은 피해자 가족에게 박 감독을 고소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은행 이미지가 안좋아 진다는 이유다. 사방에서 고소를 막으려는 압력이 이어졌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막았다.

방송이 나간 후, '뉴스후'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정말 한심스럽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 수준인가", "자기네 딸이나 부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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