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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이야기] 로봇 비즈니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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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로봇 사업은 돈이 될까? 지금이 투자할 시기인가? 로봇 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사업에 선정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도 로봇을 7대 신사업으로 분류해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엔 대규모의 순수 민간자본이 투입된다. 아직 로봇 비즈니스에서 큰돈을 번 기업은 없으나 성장잠재력은 높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1999년 애완용 로봇강아지 아이보가 처음 선보였을 때 10분 만에 5000대가 팔렸다. 2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첫해에 6만 대가 팔렸다. 그 이후 지난해 초까지 15만 대가 팔렸다. 하지만 소니는 지난해 초 로봇사업에서 철수했고 아이보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해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소니에 로봇은 “당장 돈 안 되는 사업”이었다. 초기에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 신제품을 계속 내놓지 못해 일회성으로 끝났다.

미국의 인텔은 펜티엄프로세서의 성공에 이어 신사업을 찾아 골몰하다 로봇에 눈을 돌렸다. 2004년 필자는 인텔이 주도한 로봇기술표준화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인텔은 당시 로봇의 중앙처리장치에 관련된 기술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에서 포럼을 주도했지만 그 이후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인텔의 로봇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미국 아이로봇사의 가정용 바닥청소로봇 룸바는 2002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250만 대가 팔렸다. 저렴한 가격(30만원)을 내세워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게 주효했다. 초기에는 과도하게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 3800만 달러의 누적적자가 생겼지만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2005년 11월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청소로봇 제품을 출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로봇그룹을 신설해 로봇개발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직도 배가 고프며 새로운 비즈니스에 목말라 있다”며 로봇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PC가 소프트웨어의 중심이라면 로봇은 그 위에 하드웨어를 추가한 것인데, 빌 게이츠는 일종의 ‘로봇용 윈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윈도처럼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상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리눅스를 이용해 로봇 소프트웨어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 사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움직임은 쇼트트랙 경기의 초반 탐색전을 연상케 한다. 시장 여건이나 경쟁사보다 너무 빨리 치고 나가서도 안 된다. 우물쭈물하다가 치고 나갈 시점을 놓쳐서도 곤란하다. 소니와 인텔은 너무 일찍 치고 나갔다가 지금은 속력을 줄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룸바가 개척한 시장을 따라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국내 기업들은 탐색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중공업회사 로봇사업부는 연간 매출이 선박 한 척 값밖에 안 된다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미 쇼트트랙의 출발 총성은 울렸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비춰 로봇 산업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정우진 고려대 교수·기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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