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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난 항상 연기가 고프다"

중앙일보

입력

"항상 굶주려 있어야 한다. 등이 따뜻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조재현(38)은 2003년을 바쁘게 살았다. 영화 한 편 <청풍명월>을 개봉했고 또 다른 영화 두 편 <목포는 항구다>와 <맹부삼천지교>를 찍었다. 두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SBS TV <해피투게더>와 MBC TV <눈사람>. 게다가 2003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단독 MC라는 독특한 경험까지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내년 1월 말에는 13년 전에 섰던 연극 <에쿠우스> 무대에 다시 오르기로 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다그치고 있을까. 2003년의 해가 수평선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있는 세밑에 연기 데뷔 14년차인 그를 <맹부삼천지교>(코리아엔터테인먼트. 김지영 감독)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에쿠우스>의 '알렌'은 13년전에 만났던 17살짜리 소년이다. 의외다.

▲알렌은 항상 향수로 남아 있다. 연기 자체에 목말라 하던 당시의 풋풋한 각오가 그립다. 지금이 다시 돌아가 볼 적절한 시기다. 최민식 선배는 '나이를 생각해야지'라고 걱정도 하셨지만 당시보다 훨씬 풍부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 연구에 철저하다고 들었다.

▲사실 그 반대다. 캐릭터는 1년을 연구한다고 숙성된 게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하루를 준비한다고 설익은 게 나오지도 않는다. 다만 상황에 진실하게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기만' 할 때 오버가 된다.

-'조재현의 눈높이 연기'가 있다던데.

▲이미숙 선배처럼 상대와 호흡을 잘 맞추는 배우는 드물다. 어떤 배우와 하더라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배우끼리 서로 마주보며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생산되는 웃음이나 눈물이 진실해진다.

-<맹부삼천지교>의 생선장수는 어떻게 완성되었나.

▲우선 외모를 바꿨다. 곱슬곱슬 파마를 했다. 아들의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이사를 세 번씩이나 다니는 고집스런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거의 머리를 감지 않기도 했다. 원래 씻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식에게 맹목적인 성격 설정은 어떻게 했나.

▲실제로 자식에게 맹목적인 측면이 있다. 중3인 아들놈이 쇼트트랙 선수다.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쇼트트랙을 중2 때 한다고 했을 때 '이제부터 네가 하는 모든 결정은 네 인생을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라는 단 한마디만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믿고 최대한 지원해주고 있다. 그놈도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

-어떤 영화에 감동하나.

▲가슴 찡한 가족 드라마를 좋아한다. 어린 여자 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프랑스 가족 영화 <뽀네뜨>를 보면서 울곤 한다. 내년에는 이런 유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싶다.

-일간스포츠 팬들에게 새해 인사 한마디 해달라.

▲내게 그런 영광을…,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가 되기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모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단독 MC 진땀 진행했지만 좋은 추억

"대회가 끝난 후 몸이 쫘~악 풀리는데 쓰러질 뻔했어요."

조재현은 지난 5월 21일을 잊지 못한다. 2003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단독으로 진행해야 했던 날이다. 172cm의 그리 크지 않은 키로 쭉쭉빵빵 미녀들 사이를 오가며 흘렸던 비지땀이 지금도 생생하다. 리허설 등 무려 3시간 30분 동안의 진행이 끝나자 자신도 모르게 '와~우'라는 탄성을 질렀다.

선발대회 전날 너무 걱정이 되어서 한숨도 못잤다. 후보들이 옷을 갈아 입느라 무대 뒤는 어수선하고 무대에는 조명이 터지고 정신이 없었다. MC 경험도 그리 많지 않은데 오죽 했겠는가.

속을 태운 조재현이 대회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술집. 그날 출연료 모두를 술값으로 썼다. 다시 하라면 끝까지 고사할 생각. 그러면서도 좋은 추억이 됐다고 위안을 삼는다.

손창민 차인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배우

차인표와 <맹부삼천지교>의 손창민은 '의외의 감동을 주는 배우'였다.

후배 차인표의 출연은 조재현이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바른생활맨인 그의 성격이 연기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건달 연기를 하는데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

아역배우 출신인 동갑내기 손창민은 조재현이 데뷔할 즈음 이미 스타였다. 동료 배우는 물론 스태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등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서울 형사의 시골 조폭 소탕작전 <목포는 항구다>와 생선장수 아버지의 바짓바람 <맹부삼천지교>는 각각 내년 2, 3월에 연이어 개봉된다.

일간스포츠 박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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