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편안한 길을 찾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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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산 호수공원. 9만평의 호수 주변에는 야생화와 가로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10여 m 높이의 메타세콰이어 나무 사이에 멋진 숲길이 나있다. 길이 600m·폭 3~4m의 흙길에는 간편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그린웨이를 꿈꾸는 사람들’ 회원 다섯 명이 주위를 꼼꼼히 살피며 걷고 있었다. 이들은 숲 주변에 심어진 야생화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산책로에 패인 곳은 없는 지를 점검하는 중이었다. 어떤 사람은 메모지를 꺼내들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메모했다.

고양시 공무원 10명이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녹지과·건설과·도시계획과·재난안전관리과·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모임을 만들었다. “아파트에 갖혀 사는 시민들이 숲과 공원, 호수, 멋진 가로수를 배경으로 편안하게 걷기를 즐길 수 있도록 산책길을 발굴하고 정비하기 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녹색 걷기 도시 만들기’ 사업과 연관 있는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모였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 2명도 참여했다.
 
동아리 팀장인 김종백(47) 시 공원계장은 “아파트에 갖혀 사는 시민들이 숲과 공원, 호수, 멋진 가로수를 배경으로 편안하게 걷기를 즐길 수 있도록 산책길을 발굴하고 정비하기 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월 한 차례 모여 시민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구간 발굴에 나선다. 일과 후나 휴일엔 각자 시내를 돌아다니며 거닐 수 있는 공간 확충을 위해 현장 조사 활동도 벌인다.

남성진(43·재난안전관리과 7급) 회원은 “고양시에는 도시공원과 호수공원ㆍ문화체육시설·북한산 등 걷기 명소가 즐비하지만 이들 공간이 서로 단절돼 있다”며 “앞으로 이들 녹색공간들을 걷기 코스로 연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엔 고양시의 대표적 걷기 코스인 고양종합운동장~킨텍스~호수공원~행주산성~한강난지공원을 잇는 12㎞ 구간에서 전 회원이 걷기체험 행사를 가졌다. 걸으면서 단절된 구간은 없는지, 가로수가 없는 곳이 있는지 등을 살폈다. 5월엔 수도권 걷기 명소의 하나인 서울 청계천, 양재천으로 나가 걸으며 벤치마킹도 했다.

김 팀장은 “회원들의 연구 결과를 ‘걷기 좋은 녹색공간 마련을 위한 종합보고서’로 만들어 최근 시에 건의했다”며 “도시인에게는 걷기보다 좋은 운동은 없는 것같아 이 부분 지원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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