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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중세」그대로…"불 문명 발상지"|고성들 즐비한 불 루아르 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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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센강·루브르박물관·에펠탑…. 프랑스관광 하면 으레 떠오르는 파리의 명물들이다.
파리에도 관광명소가 많지만 파리 바로 남서쪽 루아르 지방은 환상적인 여행코스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다.
파리가 센강과 함께 태어난 곳이라면 투르를 중심으로 한 루아르지방은 루아르 강과 그 지류에 의해 형성되고 번영을 누려왔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강을 끼고있는 이 지역은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어 농산물이 풍부하고 다양한 기후·토질을 바탕으로 생산된 보르도·부르고뉴 산과 함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토지가 경제력 기준…○>
부드러운 햇살, 기름진 토양, 우거진 숲을 지닌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장을「프랑스의, 정원」으로 부르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네번째로 큰 지방인 루아르(약4만 평방㎞)는 토지와 농산물이 경제력의 기준이었던 중세에는 프랑스의중심지였다.
프랑스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듯이 유유히 흐르는 루아르강의 계곡에는 일찍부터 왕족들과 귀족들이 궁정을 설치, 15세기이후 이곳에는 우아하고 찬란한 왕조문화가 꽃을 피워 프랑스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일컬어진다.

<◇볼 거 리>
루아르강을 따라 전원과 계곡에 수백개의 고성과 수도원·성당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성들은 대부분 르네상스시기에 세워졌거나 개조된 것들이다.
샤를 8세, 루이 12세, 프랑수아 1세 등 15세기 말엽의 프랑스 왕들은 이탈리아 원정 때 그곳의 왕궁에 매료돼 이탈리아 왕궁 건축가와 조각가·실내장식가 등 장인들을 루아르강 일대로 데리고 왔다. 그후 이곳에는 「프랑스식 르네상스」가 개화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성은 지방에서 소유·관리하고 있지만 일부는 지금도 왕족이나 귀족 후손의 사유지로 되어있다.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1백여 개의 성은 거의 1년 내내 문을 열고 있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으며, 성에 따라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를 갖고 있어 그 시기를 맞추면 고성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축제·문화행사 다양…○>
▲앙부아즈 성=루아르강 왼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16세기 말엽 샤를 8세 때 완공된 이탈리아풍 후기 고딕양식. 16세기초 프랑수아 1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초청,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프랑스에 들어왔는데 그후 다빈치는 이곳에서 생애를 마쳤다.
다빈치가 살았던 클로 뤼세는 왕의 어머니가 살았던 붉은 벽돌집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복원돼 있다. 지하실에는 다빈치가 발명한 여러 기계의 모형이 전시돼 있으며 정원에는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셔농소 성=루아르강의 지류인 셰르강에 교각처럼 걸치듯 세워진 이 성은 흔히 귀부인의 모습에 비유된다. 대대로 성주가 여성이었던 데서 비롯된 것.
16세기 프랑스 왕 앙리 2세가 20세 연상의 애인인 디안에게 이 성을 선물한 뒤 사냥을 핑계삼아 이곳에서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이를 안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왕이 죽자 디안을 내쫓고 이 성의 주인이 된다.
카트린은 뜰을 정성 들여 가꾸어 메디시스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근처에는 이 성과 관계되는 사람들을 본떠 만든 밀랍인형관도 있다. 왼쪽에 있는 정원이 애인의 정원, 오른쪽이 왕비의 정원이다.
▲쉬농성=이 성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프랑스의 구세주 잔다르크다. 신의 계시에 의해 도망하던 샤를 7세를 이곳에서 만나, 실로 역사적이라고 할만한 기적이 시작됐다. 영국의 부르고 뉴파 연합군이 포위하고있던 오를레앙을 해방하고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된 것이다 ▲샹보르 성=루아르의 고성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하다. 베르사유와 맞먹는 크기로 4백40개의 방이 있다. 그 중의 한곳에서 루이 14세 때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이 초연 됐다.
르네상스문화의 절정기인 1519년 착공, 주로 사냥을 즐기는 왕족의 숙소로 사용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설계로 건축된 이 성은 프랑스의 전통을 중시하면서 르네상스의 새 유행을 따라 좌우대칭의 조화미가 강조됐다.
테라스에는 수많은 종루와 탑·굴뚝이 솟아 있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낸다.
▲셔베르니 성=샹보르·셔농소와 더불어 루아르지방의 대표적인 성의 하나. 1634년 완공된 이후 아직도 셔베르니 백작의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내부장식과 가구들이 잘 손질돼있으며 그 팀과 조각품들로 장식돼있는 난로는 특히 아름답다. 사냥을 좋아한 셔베르니 집안의 2천 점이 넘는 사슴뿔 컬렉션이 전시돼 있는 수렵박물관이 이채롭다.
▲블루아성=루아르강 북쪽기슭에 솟아있는 이 성은 원래 블루아 백작의 성이었으나 14세기에는 오를레앙의 공작 샤를이 살게됐다. 그가 루이 l2세로 왕위에 오르자 16세기말까지 이곳에 궁정을 두었다.
13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고딕·르네상스, 그리고 호화 현란한 고전양식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ㄷ자 모양인 입구 안쪽에 조각으로 장식된 나선형의 계단이 특히 아름답다.
이 성에서는 프랑수아 1세와 2세를 중심으로 호화로운 궁정생활이 영위되는 한편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산지 포도주 맛 만끽…○>
▲포도농장=루아르지방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은 산지에서 직접 포도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드넓은 평야 군데군데 눈에 띄는 포도농장 중 일부는 농장입구에 팻말을 달고 관광객을 맞는다.
대개 지하실에 있는 포도주저장고로 안내돼 가업의 유래와 포도주 생산 및 저장방법 등을 듣고 포두주를 시음하게 된다. 파리 등 대도시에서 보다 싼값으로 포도주를 구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숙박>
루아르지방의 대표적인 숙소로는 「그랑드 제타프 프랑세즈」산하의 호텔들을 들 수 있다.
지난 52년 설립된 「그랑드 제타프 프랑세즈」호텔체인은 고성이나 저택을 「별4개 짜리」고급호텔로 개조,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전국에 모두 11개의 호텔이 있으며 루아르에는 르프리외레, 샤토 다르티니, 도멘느 드 보브와, 샤토 데스클리몽, 르 슈와죌 등 5개가 있다.
이들 호텔들은 중세의 건물구조와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손님들로 하여금 마치 중세의 귀족이나 된 듯한 느낌을 갖게해 준다. 객실료는 아침식사 포함 7백 프랑(약10만5천원)부터 2천6백 프랑 (약39만원)까지. 【투르=정봉환 특파원】

<여행 정보>-파리출발 관광버스 이용하면 편리
서울∼파리간은 대한항공이주4회(월·수·금·일), 에어프랑스가 주2회(목·토)운항하고 있다.
파리에서 루아르지방까지는 열차나 렌터카 또는 관광버스를 이용한다. 소요시간은 모두 약2시간.
열차를 탈 경우 파리의 오스테를리츠역에서 출발, 블루아·앙부아즈를 거쳐 투르에서 내린다. 주의할 점은 열차가 보르도행 이라든지, 장거리 급행일 때는 투르역에 정차하지 않으므로 바로 앞의 생 피에르데 코르역에서 내려 바꿔 타야 한다.
고성관광은 투르에서 출발하는 로컬버스로 한가로이 돌아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열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시간적인 손실이 많고 여러 가지 번잡한 점이 있다.
따라서 파리시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몇 개의 성을 관람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파리비전이나 샤토비전 같은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그밖에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차종에 따라 하루 대여료가 1백99프랑(약3만원)에서 2천프랑(약30만원)까지. 운전기사가 딸린 9인승은 약3천 프랑(약4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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