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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환율 절상 더 못 버텨 정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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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 절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버텨내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수출 물가의 환율 탄력성 분석’ 보고서에서 “원화가치 절상이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진행돼 우리 수출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원화가치의 급등락을 방지해야 하며 원화 절상을 초래할 금리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원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 2004년 1월부터 3년 동안 20%, 엔화 대비 환율은 같은 기간 30% 절상됐다. 이 때문에 수출 물량은 1990년 이후 매년 14.2%씩 증가하는데도 채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변화에 따라 수출가격을 크게 조정하지 않는다. 환율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될 때 수출품 가격을 원상복구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와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모두 장기간 평가절상돼 우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그 변동을 흡수할 여력을 잃었다. 이전에는 수출가격 상승 압력을 기업의 이윤 축소,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해 불가피하게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반도체 산업은 환율을 포함해 어떤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수출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가격 변동이 적었는데 이제는 원화가치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계·장비, 섬유산업 역시 원화 환율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미국의 하반기 금리인하가 확실시되고 일본이 금리인상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가 인상된다면 국내외 금리 차 확대로 인해 원화가치가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하반기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원화가치의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해외투자 촉진 등 자본수지 흑자를 조정하는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문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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