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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사회 먼 훗날일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 추이는 노인문제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대응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90년 인구·주택센서스」에 따르면 출산율의 지속적인 저하로 14세이하의 유년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5년전에 비해 41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총인구비율로 보면 4.7%이고 절대숫자로는 1백70여만명에 이른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0년에는 고령인구비율이 6.4%로 예상돼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심각하다. 이들은 능률위주의 산업사회에서 무능력자로 소외돼 있으며,가정구조의 핵가족화로 가정으로부터도 부담스런 존재가 돼있다. 또 일찍이 일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하루종일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기 힘들다.
이들은 다가선 인생의 황혼을 앞두고 가능하면 가족이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무엇이든 사회에 기여하면서 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63% 가량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를 갖고 있는 노인은 겨우 5% 정도다. 나머지 노인들은 노인정 구석이나 공원같은데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주는 것이 우리사회가 당면한 노인정책의 첫 과제가 돼야 한다. 일할 수 있는 건강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노인들 개인의 불행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많은데 노인들에게까지 줄 일이 어디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젊은이들과는 영역을 구분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선진국에서는 예컨대 고속도로 톨게이트 종사원이나 전철매표원 등은 모두 노인들이 맡고 있지 않은가. 이런 단순직종엔 젊은이보다 노인들쪽이 더 어울린다.
일자리 못지않게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노후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혹시 치매상태에 빠지거나 거동불능이 되지 않을까,그럴 경우 배우자나 자식에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현재 왕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연령층에서 이러한 걱정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자립능력이 있는 노인들이 노후를 의탁할 수 있는유료양로원시설이나 전문간병인의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시설과 전문인력 양성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시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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