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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표현의 자유 아닌 건강 문제"

중앙일보

입력

# 장면1.

22일 오후 1시30분 서울 대학로 아르코 대극장 마당. '문신 합법화'를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문신 시술행위를 하던 '타투이스트(문신 예술가)' 이랑(32·본명 이연희)씨가 의료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를 비롯한 문화연대는 의료인 이외의 문신 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날 공개 문신시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문화연대의 김완 활동가는 "과거에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단속됐다면 오늘날엔 문신이 단속되고 있다"면서 "신체의 자기 결정권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문신의 합법화가 이뤄지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면2.

지난 4월26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목영준 재판관)는 불법으로 문신시술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김 모씨(32·여)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문신시술=의료행위'라는 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는 것.

김씨는 영화 '조폭마누라' 등에서 인기 연예인들의 문신을 도맡아 오는 등 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의사가 아니면 문신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문신 시술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관계자는 "의사의 경우 미용문신행위를 할수 있으나, 비의료인이 문신시술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제1항을 위반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미용문신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이 할 경우 '보건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정혜신 홍보이사는 "그동안 불법 문신시술소를 통해 시술받은 환자들이 매독, A형간염, 피부질환 등의 감염성 질환에 걸리는 등 부작용 사례가 많다"며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시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타투이스트 이랑씨의 이날 퍼포먼스를 본 네티즌들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쟁으로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아직도 미용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국내법이 잘못됐고 필히 개정해야 한다"(아이디 kondoyuki), "위생검사만 철저히 하면 (비의료인 문신시술도) 문제 없다"(아이디 ostuni), "그럼 문신한 연예인들은 왜 안잡아가나"(아이디 8359734) 등 경찰의 불구속 입건과 현행 의료법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반면 "문신을 합법적으로 하려면 의사면허를 따라"(아이디 motel103), "(비위생적으로) 문신 잘못하면 질나쁜 병에 감염될 수 있다"(아이디 dulgi76) 등 우려하는 주장도 일부 눈에 띠었다.

이같은 논쟁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착찹한 편이다.

문신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표현의 자유'에만 쏠리면서 정작 이로 인한 부작용 등 건강상의 문제가 외면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남의 M피부과 원장은 "문신을 장발, 미니스커트 단속과 비교하는 것은 억지주장"이라며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하나의 문화라면, 문신은 문화이기 이전에 고도의 전문성과 위생상 안전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B피부과 원장은 "무면허 시술소에서 사용하는 염색 약에는 발암 물질인 아민 성분이 함유돼 있거나 향료 방부제 또는 수은 니켈 납 등과 같은 중금속이 함유돼 있어 위험하다"면서 "특히 위생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에이즈나 간염, 매독 등 감염성 질환이나 세균감염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반드시 1회용 바늘을 사용하는 병원에서 시술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미국 피부과학회 저널이 지난 2004년 미국의 성인 500명(남 247명, 여 253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13%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작용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인구의 2%가 C형 간염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 중 40%는 문신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보고서도 발표된 바 있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문신 인구가 80만∼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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