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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파업 논란 … 수입차는 가격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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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입차 가격이 내리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BMW코리아.포드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가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며 잇따라 가격을 내린 데 이어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실질적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예 금융제도' 등을 도입했다. 이런 수입차 업계의 변화는 본지의 '한국 너무 비싸다' 시리즈에서 수입 자동차의 턱없이 높은 가격을 지적한 보도(5월 7일자 1, 6면)이후 한 달 동안 진행됐다. 월 평균 8대 팔던 포드코리아 SUV차량 뉴 이스케이프(New Escape)의 경우 2008년형의 가격을 인하해 내놓은 지 10일 만에 100대가 팔렸다.

정인교(경제학부) 인하대 교수는 "수입차 가격의 내림세는 이제 시작"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효과 등으로 가격이 더 내릴 것이고, 이에 따른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내리면 팔린다=BMW코리아는 지난달 22일 뉴528i의 가격을 이전 모델인 525i보다 1900만원 싸게 내놨다. 한 달이 지난 21일까지 528i는 530대가 팔렸다. 5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523i의 경우 월 평균 판매량은 150대, 525i는 월 평균 3대에 불과했다.

포드코리아의 뉴이스케이프 2008년형은 기존 모델보다 불과 30만원 내린 2970만원이다. 그러나 향상된 안전장치와 성능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하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경쟁 차종인 현대 싼타페가 2783만원이라는 점에서 국산 차와 수입차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진 셈이다.

아우디.혼다.렉서스 등은 차 값을 직접 내리는 대신 유예금융 제도를 도입했다. 차 값의 30~50%를 3년 뒤에 갚는 대신 월 30만원대를 내면 되는 제도다. 아우디코리아는 A4 2.0 TFSI에 대해 지난달 16일부터 유예금융을 실시해 20일까지 87대를 팔았다. 4월(41대)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가격을 합리화하면서 많이 팔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회사의 수익도 적정한 선에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입차 가격 더 떨어진다=전문가들은 "수입차 가격은 더 떨어져야 하며, 더 떨어질 요인도 많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를 다른 딜러에게서 수입하는 병행 수입이 수입차 가격을 끌어내리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네트웍스다. 이 회사는 자동차 제조 업체가 아닌 해외의 대형 자동차 판매상에게서 자동차를 직수입하기로 하고 전담 팀을 꾸려 구체적 차종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15~20%정도 더 싸게 차를 들여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2억660만원 하는 벤츠S500은 1억5000만~1억7000만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 체결이나 한.유럽연합(EU) FTA 협상을 앞두고 수입차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요가 아직 많다"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차 업계에선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은 비싸도 산다며 비싼 차 값을 고집하던 관행이 깨졌다"거나 "수입차 업계도 이젠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 현대차 노사분쟁으로 이미지 훼손=현대자동차는 올해 말 선보일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가격을 얼마로 할지 고민 중이다. 이 모델은 현대차가 BMW 5시리즈, 벤츠 E200K(아방가르드 모델 7090만원), 렉서스 GS350(7310만원) 등과 겨루기 위해 1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야심작이다. 가격도 이 차종들보다 1000만원 정도 낮은 6000만원대 수준에서 결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BMW가 뉴528i의 가격을 6000만원대로 내리자 제네시스의 가격을 5000만원대로 내리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수입차 가격 하락으로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앞세웠던 현대차의 내수 판매 전략은 시련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현대차는 한.미FTA 반대를 위한 정치파업을 25일부터 할 예정이어서 비난을 받고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경우 수입차 업체들과의 경쟁체제를 갖추려면 가격 문제뿐 아니라 끊임없이 소모적인 노사분쟁을 벌이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의 경우 이미지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반감을 사는 노사관계가 계속될 경우 가격과 함께 브랜드 충성도에서도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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