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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뺨치는 “상대방 감시전”/3당 「선심증거」찾기 세올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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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상걸고 주공 민주로 선회 민자/기동대 편성 즉각 출동태세 민주/안기부 사무실까지도 뒤져 국민
민자·민주·국민 3당간에 상호 불법·비리를 적발하기 위한 감시첩보전이 불을 뿜고있다.
「03시계」「DJ볼펜」「국민 오리털파카」 등의 속속 들춰지는가 하면 상대의 사조직 계보도를 입수해 폭로하는 등 「007」영화를 방불케한다.
○…타당의 불법이나 부정감시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최근 「03시계」·「민주산악회」의 흑색선전 지시자료,민자당 외곽조직인 「통일을 준비하는 젊은 모임」의 조직서류 등을 속속 찾아내 발표하고 있다.
이같은 폭로는 물증으로 뒷받침 되기 때문에 잡힌 측에서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한 개가를 올리고 있다.
「통일준비 젊은 모임」의 경우 민자당은 민주당측에서 1백명이 각목을 들고 난입했다고 주장,한광옥민주당선거본부장을 고발했지만 들킨 조직의 존재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타당감시반은 「공명선거 대책위원회」로 산하에 부정선거 고발센터와 조사국을 두고있다.
민자당의 사조직 활동과 국민당의 선심관광 금품공세가 주된 감시대상이며 10명씩 2개조의 기동대가 있어 급한 상황을 처리한다. 이들은 필요한 경우 완력의 사용도 불사하며 특공대의 침투공작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조사국에서는 관변단체가 벌이는 각종 행사에도 카메라·녹음기·핸드폰 등을 들고 잠입해 여당후보 지지발언 등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감시활동보다도 지지자들의 제보덕에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게 민주당측의 설명이다.
부정선거 고발센터에는 매일 40∼50건이 접수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지구당의 보고가 아닌 일반시민 지지자들로부터 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9일 발표한 민주산악회의 흑색선전 팩시밀리도 8일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지자가 직접 서류를 중앙당으로 들고오는 덕분에 앉아서 고스란히 증거를 잡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일반 제보는 자신의 노출을 꺼리는 관행상 6하원칙에 의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보다 어느 동 부근에서 최근 이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03시계의 경우 탁상시계를 받은 사람이 지난달 중순 제보했으나 조사가 급진전을 이룬 것은 물건을 직접 들고온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건을 전문가에게 보이자 몇군데의 제작공장이 떠오르고 이를 토대로 현장조사를 나서 결국 납품 직전의 현물을 입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당과 달리 민주당에 활발한 제보가 들어오는 것은 김대중후보 지지자들이 타후보 지지자들에 비해 특히 동지적이고 열성적이기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주로 국민당의 선심관광 등 금권선거운동 감시에 주력해왔던 민자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잇따라 선제공격을 당하자 감시망을 민주당 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따른 첫 「개가」가 8일 민주당의 김대중후보·이기택대표 이름이 새겨진 탁상시계 발견이다. 민자당 공명선거 감시단에 따르면 7일 한 시민으로부터 서울 도곡동 영동아파트에 「DJ시계」가 뿌려지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시계배포 사실은 물론 제작공장까지 확인하고 즉각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민자당의 수사요청에 따라 서울 사당4동 한 시계조립공장을 수색,DJ시계 1백여개를 발견하고 지난 10,11월중 이들 시계 5천9백여개가 제작돼 민주당 여성특위와 서울 구로갑 등 6개 지구당에 납품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민자당은 당사 상황실에 DJ시계·DJ볼펜,국민당시계 등을 전시하고 특히 YS시계를 비난해온 민주당에 대해 『뭐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욕해왔다』고 반격작전을 펴고있다.
민자당 중앙당은 최근 청년당원 30∼50명으로 구성된 각 지구당 감시단에도 민주당의 지구당사와 행사장 등에 대한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민주당의 불법을 집중적으로 들춰내라고 지시했다. 민자당은 특히 성적이 우수한 지구당과 당원들에게는 포상한다는 지침을 내려 보내는 등 대민주당 첩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자당과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국민당은 민자당에 대한 감시·첩보망을 더욱 촘촘히 가동하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금권선거운동은 민자당이 형님격』이라는 점을 선전해 현대그룹에 대한 정부수사가 편파적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전의에 불타는 국민당은 9일 『어제 서울 방배동 신동아종합건설6층 경북 달성군 향우회 사무실과 2층 안기부 사무실을 급습한 결과 김영삼민자당후보 로고송 테이프 1천개,민주산악회 입회원서 등을 발견했다』고 자랑했다. 국민당은 또 이날 첩보에 따라 선관위·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 직원들을 대동하고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대흥완구공장을 덮쳐 민자당 마스코트인 곰돌이인형 2만여개가 제작중인 것을 발견했으며 3만여개는 이미 납품된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대인들도 대민자당 첩보전에 몸을 사리지 않는 것 같다. YS사조직 나라사랑 실천운동본부(나사본) 정보를 캐내려다 1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절도교사 혐의로 구속된 현대종합상사 전산부장 백찬민,전산부대리 김성우씨 등이 이를 웅변한다. 이들은 나사본 정보입수를 위해 나사본측이 정보처리업체에 맡긴 마그네틱 테이프를 빼돌리는 무리수를 저질렀다. 국민당은 9일 현재까지 모두 46건,79명을 고발 또는 수사의뢰 했는데 이중 민자당 관련이 43건,70명이나 된다.<조현욱·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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