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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유토피아/디스토피아전」 「살아있는 미술」새가능성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른바 「압구정동 문화」를 문화 비평 차원에서 접근한 이색전시회 「압구정동:유토피아/디스토피아전」이 12일부터 31일까지 압구정동 한 가운데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미술관((515)3131)에서 열린다. 후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와 포스트모던적 시각 문화로 요약되는 압구정동 문화는 90년대 우리 문화의 외면할 수 없는 한 단면임에도 그 동안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흥미위주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 본격적인 문화분석의 대상으로 설정해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영·박불똥·김복진·서숙진·신지철·조경숙·조하익씨 등 화가 7명, 이지수·최시형씨 등 사진작가 2명과 디자이너 박혜준, 비디오 작가 변영주, 건축가 정기용씨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인 12명이 참여했다.
TV와 광고의 상업적 이미지에 변형을 가한 사진작품, 대중매체 시대의 효과적 소통수단인 비디오영상·슬라이드 작품 등이 주로 선보인다.
화가가 7명이나 참여하고 있지만 붓으로 그린 작품은 단 한 점도 없다. 화가들은 슬라이드나 영상을 이용해 이미지 작업을 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캔버스에 묶이거나 전시공간에 한정됨으로써 현실적 삶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기존미술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미술의 영역 확대와 새로운 전시 개념을 제안하려는 기획자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일반 대중은 예술 행위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일반대중의 문화적·예술적 욕구는 상업적 이미지와 대중매체가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
출품 작가들은 『순수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분하려는 기존 예술 이데올로기는 허위이며 동시대 일상적 삶과 유리돼 소통의 기능을 상실한 예술은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 나더라도 일상공간 속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압구정동 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조명하기 위해 이미지 작업과 글을 함께 싣는 새로운 방식의 출판을 시도하고 있다.
곧 출간될 전시 제목과 같은 이름의 책에는 강내희(중앙대 교수·영문학) 김정환(시인) 도정일(경회대 교수·비평이론) 조혜정(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 김효선(여성신문사 기자) 정기용(건축가)씨 등 문학가·사회학자·평론가·문화 이론가들의 글 옆에 작품사진이 삽화처럼 곁들여진다.
그러나 글의 내용과 작품들의 시각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글쓴이들은 대체로 압구정동 문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압구정동의 비상구」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출품 작가들은 현실적 삶이 녹아있는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서의 「살아있는 미술.」양식의 실험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 및 문화적 가치관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압구정동 문화의 아방가르드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출품 작가들은 가능한 한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 있는 그대로의 압구정동 문화를 대중매체와의 협업이란 새로운 양식 속에 담아 내 보이려고 애쓴다.
이번 전시와 새로운 형태의 출판은 젊은 미술인들의 출판 모임인 현실문화연구와 갤러리아 미술관이 1년 전부터 기획했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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