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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주대교 붕괴사고(추적 ’92:3)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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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질적 건설부실 “와르르”/덤핑입찰·나눠먹기수주 개선 시급/복구 서두르다 또다른 부실 우려도
7월30일 경남 남해 창선대교붕괴 바로 다음날 서울 한강 신행주대교가 또 무너졌다. 복마전같은 대형 건설공사의 갖가지 부실,부정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고였다.
그중에서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교량상판이 8백여m나 무너져내려 사상최대 규모의 교량붕괴 사고로 기록된 신행주대교사고는 일산신도시를 비롯,이 일대의 엄청난 교통혼란과 후유증만 남긴채 지금까지 진상규명·책임추궁이 끝나지 않고 잔해물 철거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이를 계기로 대형 정부공사 입찰때 업체사전자격심사제와 전면 책임감리제 등을 도입했으나 무엇보다 공사따기에 급급한 덤핑입찰,나눠먹기식 수주,형식적인 감리 등 낙후된 건설분야의 전면적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검·경찰이 『건설부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나온뒤 수사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정식수사를 미뤄온 이 사건은 사고원인에 대한 공식조사 결과가 나올 12월 중순이후 다시한번 세인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사고 1차책임자인 벽산건설은 4개월간 영업정지처분을 받고 한때 1만원이상하던 주가가 4천원대까지 폭락하는 등 위기를 맞았으니 최근 복구공사 시작과 함께 다시 1만원대로 진입,한숨을 돌렸다.
무너진 다리의 잔해물 철거작업은 사고발생이 한여름이었던 까닭에 태풍북상에 따른 강수위상승문제가 제기되면서 사고직후 시작돼 현재 주탑부분을 제외한 전체의 90%가 철거됐다.
벽산측은 이를 위해 잠수부 등 하루평균 60여명을 동원,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작업중이며 철거에만 약 20억원이 들 예정이다.
당초 건설부는 철거 및 복구공사를 다른 업체에 맡기려 했으나 공기단축과 국고낭비를 이유로 무한복구책임이 있는 벽산건설에 맡겼다.
새로 복구될 다리는 당초 설계 기본골격을 유지하되 안정도를 높이기 위해 문제가 됐던 콘크리트 사장교방식 대신 케이블사장교 방식을 채택,내년 4월까지 설계를 마친뒤 94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년안에 마치겠다는 복구공사는 아직 설계회사조차 선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다시한번 부실공사로 인한 「무리」가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구공사비 2백10억원은 전액 벽산건설이 부담하게돼 벽산측은 공사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따지지 않더라고 철거·복구 및 기존공사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적자 70억원 등 모두 3백억원이상의 큰 손실을 입게 됐으나 『명예회복을 위해 비용이 얼마나 들더라도 해내겠다』는 입장이다.
사고직후 감독소홀의 책임으로 직위해제됐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최종욱청장·최행호도로시설국장·도로과장·현장감독 등은 현재 정부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고 이중 최 국장은 11월 『사고 책임을 지겠다』며 사직했다.
한편 남해 창선대교 역시 새로운 다리를 놓기로 계획만 세운상태. 주민들은 다시 배를 타고 내왕하는 불편한 생활로 돌아가 낙도의 설움을 되씹고 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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