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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기자의맛고GO!] 인천공항 청사 한국풍물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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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오히려 돋보이는 때가 있다. 주변의 다른 것들이 너무 튀면 그렇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점인데 확 끌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도 있었다니…, 다음에 또 와야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지' 하며 명함까지 챙기기도 한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에서 밥 먹는 이야기를 해보자. 딱히 배가 고파 음식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비행기가 뜨면 바로 기내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동안 고국의 음식을 접하기 어려우니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어 두려는 사람, 아니면 기내식 기피증인 사람이 주로 찾게 된다. 그러나 공항 청사 안의 음식점 메뉴 가격을 보곤 슬그머니 '미련'을 접는다. 시중 가격의 두 배는 기본. 4000~5000원짜리 비빔밥이 7500~1만원이다. 그렇다고 내용물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공항 음식점이 왜 이리 비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하는 이들도 꽤 있다.

그런 인천공항 청사 안에 평범한 음식점을 만났다. 음식점이라기보다 구멍가게에 딸린 라면집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화려한 국제공항 안에 그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청사 지하1층에 있는 '한국풍물장터(032-743-3471)'다. 공항 상주 직원이나 해외여행이 잦은 여행사 직원들이 소문내지 않고 아름아름 이용하는 비밀 장소다.

우선 공항 안의 다른 음식점에선 냄새조차 맡기 힘든 인스턴트 라면이 있다. 값은 2500원. 회사 앞 분식집보다 500원가량 비싸지만 계란 한 알이 온전하게 풀어져 있고, 굵게 썬 대파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3500원짜리 양푼 비빔밥(사진)은 더 매력적이다. 무채.콩나물.고사리.상추 등 각종 채소가 듬뿍 올라가 있다. 비빔밥 위에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계란 프라이도 빠지지 않았다. 쓱쓱 비벼서 몇 숟가락만 뜨고 가도 앞으로 며칠은 고향의 맛을 잊고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즉석에서 말아주는 야채김밥(2500원)은 실하고 굵직해 한 줄만으로도 속이 든든하다. 공항 시설물이라서 위생 문제는 우려할 필요조차 없지만 셀프서비스인 점이 다소 생소하긴 하다. 생활.선물용품도 저렴하게 팔고 있어 깜박 잊었던 출국 준비물도 챙길 수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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