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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인터넷 '대란'…포털업체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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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과연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인가'.

2003년은 이 같은 의문을 던진 한해였다. 웜바이러스에 인터넷이 마비되는 '1.25 인터넷 대란'은 IT강국이라는 자존심을 구겼다. 게다가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벤처뉴스 1위에 '벤처업계 자금난 심화'가 선정될 정도로 벤처기업에 어려운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휴대전화.플래시 메모리 등 우리 IT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며 수출을 주도했다.

2003년은 인터넷 대란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1월 25일 국내 대부분의 기업.기관이 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SQL서버)의 약점을 노린 웜바이러스에 인터넷망이 9시간 동안 마비됐다. 일부 네트워크는 24시간을 넘겨 복구됐다. 설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귀성 교통편을 알아보고 선물을 사려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 대란과 더불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것은 올해 다시 불거진 휴대전화 도.감청 논란이었다. 정부는 일관되게 "국내에서 쓰고 있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은 사실상 도.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해왔으나 9월의 국정감사에서 이를 뒤집는 주장과 증거가 속속 나왔다. 휴대전화를 복제하면 도청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으로 검증됐다. 또 정부가 도청이 안 되는 비화(秘話)단말기 개발을 추진했으며, 청와대는 비화단말기를 일부 고위 공직자에게 나눠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카메라폰 논란도 뜨거웠다. 일부 기업은 기밀 유출을 우려해 외부인은 카메라폰을 들고 들어올 수 없게 했다. 또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찍어대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일어 결국 정부는 찍을 때 '찰칵'하는 소리가 나도록 의무화했다.

통신업계에 있어서는 지각 변동의 신호탄이 오른 한해였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10월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이로 인해 자금난에 빠졌던 하나로통신은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LG는 하나로통신을 인수해 '통신 3강'의 한 축을 이루려 했으나 뜻을 접어야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내년 1월 1일 시작하는 번호이동성제에 대비해 요금을 내리고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번호는 유지하면서 가입 통신사는 바꿀 수 있게 됨에 따라 고객의 대규모 이동이 생겨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로 동영상 통화 등을 할 수 있는 w-CDMA 서비스도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서비스를 시작해 새로운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

한국 IT제품은 해외 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렸다. 휴대전화 판매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2위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했고, LG는 미국시장에서 약진하며 지난해 세계 6위에서 5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에서도 인텔.도시바 등을 제치고 올해 처음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IT 수출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5백75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이 메모리.휴대전화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포털.게임업체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다음.네이버.네오위즈 등은 검색과 광고를 연계한 상품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며 매출이 지난해 두배 가까이 뛰었다.

코스닥 대박 신화도 이어졌다. 인터넷 업체 웹젠과 엠파스의 공모에는 3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세계 1위의 MP3 플레이어 제조 벤처 레인콤은 연말 코스닥에 등록한 뒤 액면가(5백원)의 2백배 가까운 9만5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식 1백55만주를 가진 창업자 양덕준 사장은 단숨에 1천5백억원 이상을 보유한 벤처 부호가 됐다.

권혁주.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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