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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실천이다] 승용차 나누어 타고…옥상에는 숲 만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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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은주(33ㆍ서울 남가좌동)씨는 요즘 독특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승용차를 가진 이웃 9가구와 상의해 있는 자동차를 정리하고 세 대만 남기기로 한 것이다. 차 명의를 공동으로 하고 필요한 사람이 예약해 쓰는 식이다. 이른바 ‘카 셰어링(car sharing)’이다.
 이웃끼리 환경을 생각하는 친목 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어떨까 해서 지난해 말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견학을 갔다가 ‘카 셰어링’을 보게된 것이다.

 차를 공동 운영하면 아무래도 각자 한 대씩 갖고 있을 때보다는 적게 차를 쓸 수 밖에 없어 기름값을 이낄 수 있다. 이산화탄소(CO2)도 덜 뿜고, 일거양득이란 계산이다. 요즘은 김씨 집을 포함해 10가구가 머리를 맞대고 운영 규정을 만드는 중이다. 예컨대 ‘희망 사용 시간이 겹치면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차를 타야 하는 집에 우선권이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것들이다. 이달 말부터 시범 운영을 해보고, 한 달 뒤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개정판’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줄이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를 덜 타고, 전기를 아끼는 것 등이다. 애초부터 온실가스 줄일 방도를 찾았다기보다는 좀 더 알뜰하게 살 수 없을까 궁리한 결과로 온실가스를 줄이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렁이도 한몫=김은주씨는 2005년부터 온실가스 줄이기에 공헌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통해서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한 곳에서는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CO2보다 온실효과가 20배나 강한 ‘메탄’을 많이 내뿜는다. 그러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온실가스도 줄게 된다.
 김씨는 “사실 처음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어떻게 하면 덜 살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홈페이지에서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렁이를 구해 입구 지름이 40㎝쯤 되는 커다란 화분에 흙과 함께 넣어 놓고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대로 갖다 넣었다. 큰 수박 한 통의 껍질이 일주일도 안 돼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음식물 쓰레기는 절반쯤 줄었다. 지렁이가 번식하면 원하는 이웃들에게 ‘분양’도 했다. 현재 20가구가 지렁이를 키운다. 지렁이를 키우는 사람들끼리 ‘멋진 지렁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에서 다른 환경 보전 프로젝트도 궁리하게 됐다. 마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자가용 이용을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독일에 다녀온 뒤 마포구청에서 발표회를 하고 자전거 도로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

 -절전 모델 아파트=서울 사당동 극동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실 캐비닛 위에는 전력계가 놓여 있다. 바로 위층 노인정과 연결된 것이다. 혹시 어르신들이 깜빡 노인정 에어컨 끄는 것을 잊고 집에 가실까 봐 일종의 ‘감시용’으로 설치했다. 저녁 늦은 시간에도 전력계가 계속 돌아가면 직원이 바로 노인정으로 달려가 에어컨을 끈다. 지하 주차장 형광등도 한 등 건너 하나씩만 켠다. 에너지를 아끼려는 노력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주최하는 여름철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참여해 최우수 아파트로 뽑혔다. 하루에 서너 차례씩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자”고 방송을 했다. 주민들도 에어컨 대신 베란다 문과 현관문을 열어 놓아 바람이 통하도록 하는 ‘자연 냉방’을 했다. 대신 관리사무소는 순찰을 더 자주 돌며 문을 열어 놓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7, 8월 두 달간 전력소비를 전년보다 22% 줄였다. 절감량이 31만8500㎾h.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전기를 만들려면 CO2 150t을 뿜어야 한다.

 올 여름엔 새로 수돗물 절약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수돗물 1㎥를 만들어 가정에 공급하는 데 전기 0.3㎾h가 든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CO2가 나오니 결국 수돗물을 아끼는 것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인 셈이다. 이 아파트의 박병배 관리사무소장은 “고무 패킹이 낡아 물이 새는 좌변기만 고쳐도 가구당 한 달에 10㎥ 이상의 수돗물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가정 한 달 평균 사용량 30㎥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우선 변기 점검부터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카 셰어링(car sharing)=선진국에서 확산되는 자동차 공유제도로 카풀(Car-Pool)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차량을 개인별로 소유하지 않고 적당한 적은 수의 차량을 공동으로 마련해 각자가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입니다. 회원들은 예치금이나 연회비를 내고 가입하며, 자동차를 이용할 때마다 시간ㆍ거리 단위로 사용요금을 지불합니다. 회원들이 낸 요금은 기름값ㆍ보험료ㆍ유지비로 사용됩니다. 보통 정해진 곳에서 차를 타고 정해진 곳에서 차를 되돌려줍니다. 1980년대 후반 자동차 공유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독일에서는 2002년을 기준으로 5만6000여 명이 2400대를 공유하고 있고 스위스에서는 6만7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가는 지자체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80% 수준으로 낮추겠다.”
 올 초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다. 서울시도 4월 초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을 통해 똑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시된 적은 없지만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ㆍ광주 같은 대도시들은 이미 목표를 정하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고 있다.

 -맑은 공기도 되찾자=서울시는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00년의 85% 수준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현재는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 중이다. 에너지도 아끼고 오염도 줄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소비의 58%를 차지하는 가정ㆍ상업 부문에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 28%를 소비하는 교통 부문에 대해서도 승용차 요일제, 대중교통 환경 개선, 자전거 이용 활성화, 하이브리드 자동차, 바이오디젤 확대 등으로 소비를 줄일 계획이다.
 도시열섬 현상과 대기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만 녹색지붕 프로젝트’를 통해 옥상녹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옥상녹화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50년 대계(大計)=대구시는 2005년 ‘솔라시티(Solar City 2006 ,F005 ,2006 태양도시) 대구 2050’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500만 그루 나무 심기와 생태공원 조성 같은 녹색도시사업이 포함됐다. 대구시는 5년마다 세부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솔라시티 조례도 만들었다. 대구시청 메카트로닉스팀 김호겸 사무관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해 2055년에는 기존 온실가스 배출 전망과 비교해 50%를 줄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에너지산업의 중심=광주광역시는 ‘빛고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솔라시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2002년부터 1037억원을 투자했고 2011년까지 900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202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일 계획이다. 또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에너지산업을 선점해 그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도 있다. 광주시청 과학산업과 박재호씨는 “광주는 일사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태양에너지 이용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의 에너지 절약 실천 방법

에너지 절약은 곧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이다.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주택 단열 시공으로 난방 에너지 50% 절감
-*창에 블라인드 설치하면 냉방 에너지 절약 가능
에어컨 효율적 사용
-*냉방온도 26~28도 지키기, 선풍기도 함께 사용
가스레인지 불꽃 조절
-조리기구에 맞게 불꽃 크기 조절
압력밥솥 사용
-조리시간 단축, 밥맛도 좋아
냉장고
-*자주 여닫지 말고, 음식물은 용량의 60%만
세탁기ㆍ다리미
-세탁물은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목욕물 아껴 쓰기
-*목욕하는 대신 샤워를, 물은 약하게 틀고
백열전구는 전구형 형광등으로 교체
-65~70% 절전, 수명도 8배 연장
빈 방은 불을 반드시 소등
-*껐다가 켜면 에너지소비 크다는 건 옛날 얘기
쓰지 않는 가전기기 플러그 뽑기
-*대기전력이 가정 소비 전력의 11%를 차지
가전제품 살 때 에너지 소비효율 체크
-*1등급 제품은 5등급보다 에너지 30~45% 절약

자료:에너지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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