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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집열판 …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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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부 흑림(슈바르츠발트) 지대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서쪽으로 프랑스, 남쪽으론 스위스와 접해 있는 국경도시로 전체 면적의 40%가 숲으로 덮여 있다.
 수도 베를린에서 초고속열차(ICE)로 9시간40분을 달려 도착한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사. 한쪽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안내판이 역사로 들어서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태양에너지 정보센터’. 프라이부르크 일대에서 운영 중인 태양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안내책자와 팸플릿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도시 관광안내 책자에도 ‘태양에너지(Solar Energy)’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역사를 빠져 나오자 왼쪽편에 진기한 모습의 높은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높이 60m의 건물 벽면에 태양에너지 집열판이 빼곡히 박혀 있는 ‘솔라 타워’다.
 “프라이부르크에 ‘태양의 도시’ 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중앙역 옆에 건설했다”고 관광 가이드인 잉게 뮐러가 설명했다. 그가 건네준 도시 안내지도를 펼쳐 들면 마치 시 전체가 솔라에너지 전시장 같다. 현재 운영 중인 30개의 솔라에너지 시설이 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호텔ㆍ학교ㆍ상공회의소ㆍ공장ㆍ주거단지 등 형태도 무척 다양하다. 기업과 교육기관이 손잡고 진행 중인 19개의 솔라에너지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돼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유서 깊은 대학도시이자 유명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도시는 이미지를 확 바꾸었다. 유럽 내 태양에너지의 메카로 확고한 명성을 쌓아 독일의 환경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시 홍보센터 직원인 위르겐 납은 “1992년 독일 내 151개 지방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환경경연대회에서 프라이부르크시가 1위를 차지한 후 ‘환경수도’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0년대 오일쇼크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성숙한 환경의식 덕분에 이 도시는 독일 내에서 가장 앞서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쳐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당국은 86년 독일 대도시로서 가장 먼저 환경보호국을 설치했다. 90년에는 환경 부시장제를 도입했다. 97년에는 온난화 방지를 위해 ‘프라이부르크 기후행동’이라는 실행계획을 세워 추진해 왔다. 환경국 호페 담당관은 “시의회는 92년 기준으로 2010년까지 온실가스를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그 실천을 위해 태양열ㆍ풍력 등 재생 에너지 보급과 열병합발전 확산 등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 당국은 특히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반 가정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면 보조금이나 저리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생산된 에너지 가운데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를 갖췄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시 중심가에서 전차를 타고 10분쯤 달리면 보봉주거단지에 이른다. 제2차세계대전 후 92년까지 프랑스군이 진주했던 곳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95년 프랑스군이 철수한 이후 생태마을을 조성하면서 태양열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전차정거장에서 내리면 1차로 완성된 428가구가 연립주택 모양으로 기다랗게 늘어서 있다. 겉모습이 큰 선박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솔라 십’이라고 불린다. 남향으로 들어선 건물 전면의 창을 최대한 넓혀 햇볕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게 설계했다. 그 너머 산 기슭 쪽 개인주택들도 지붕 위에 태양열 집열판을 올려놓은 집들이 부지기수다. 산중턱 포도밭 옆에는 실린더 모양의 목조 주택이 눈길을 끈다. ‘헬리오트롭(그리스어로 태양을 향해서라는 뜻)’이다. 3층 높이의 이 원통형 건물 옥상에 태양광발전용 집열판이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회전하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태양열 주택 건축가로 유명한 롤프 디쉬가 설계해 94년에 지은 집이다. 디쉬는 “이 집이 필요한 전력의 5배 이상을 발전하고 있다”며 “남는 전기는 팔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에너지 안내 전문업체인 이노베이션 투어의 한스 외르크 슈반더 대표는 “시민의 절대다수가 다소 비싸더라도 태양광 전기를 쓰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제 솔라에너지 이용은 프라이부르크를 중심으로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프라이부르크= 유권하 기자

파도탱크에서 전력생산 실험을 하는 보이트-지멘스 기술자들. [사진제공=지멘스]

지멘스의 온실가스 50% 줄이기 작전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의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를 제시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교토의정서가 마련되던 10년 전에만 해도 선진국들은 50%는커녕 5.2% 줄이는 것조차 힘겨워 했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의 비전을 살펴보면 달라진다. 메르켈 총리의 목표가 허풍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조셉 마일링거 지멘스코리아 사장도 “발전ㆍ송전, 가정ㆍ산업부문의 전기 사용, 운송 분야의 에너지 보존 노력을 더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50%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지멘스의 분야별 성과와 비전이다.

 ▶풍력 터빈=지멘스가 생산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6300여 개 풍력 터빈의 최대 순간 발전량을 더하면 550만㎾나 된다. 이를 통해 매년 1000만t 가량의 CO2 배출을 줄이고 있다.
 ▶수력 발전=전세계 수력 발전량의 3분의 1 정도가 보이트-지멘스 수력 합작회사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연간 9300억㎾h의 전력을 생산,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CO2를 5억4000만t이나 줄이고 있다.
 ▶가전제품=보쉬-지멘스가 생산한 냉장고는 90년에 비해 전기를 75% 덜 사용한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도 전기사용량을 35~40%, 전기 스토브는 30%를 줄였다.
 ▶송전 분야=고전압 직류 전송(HVDC)과 송전선 단열 기술로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멘스는 현재 인도에서 2500㎿ 전력을 800㎞에 걸쳐 수도 뉴델리로 보내는 HVDC 설비를 건설 중인데, 매년 CO2를 69만t 줄일 수 있다.
 ▶건물 단열=지멘스는 95년 이후 정부기관ㆍ수영장ㆍ학교 등 전 세계 6500개 건물의 전력소비를 20~40% 줄이는 에너지 절약사업 계약을 체결, 연간 CO2 240만t을 줄였다.
 ▶조명=절전형 조명기구와 발광다이오드(LED)로 백열전구의 전기 소비를 80% 줄일 수 있고, 조명기구의 수명도 15~50배 길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절전형 조명기구를 사용한다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연간 4억5000만t의 CO2를 줄일 수 있다.
 ▶전기모터=전세계 2000만개에 이르는 전기모터를 절전 모터와 주파수 변환기 사용, 시스템 최적화로 개선한다면 캐나다의 배출량보다 많은 연간 6억t의 CO2를 줄일 수 있다.

HSBC 온난화 막는 데 930억 내놨다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인 HSBC그룹의 HSBC은행은 최근 ‘기후변화 공동 대응
을 위한 5개년 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HSBC 직원뿐 아니라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ㆍ세계야생생물기금(WWF)ㆍ스미소니언연구소 등 세계 주요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이 계획에 HSBC는 총 1억 달러(약 930억원)를 지원하게 된다.
 기후변화 공동 프로그램은 홍콩ㆍ런던 같은 대도시를 더욱 푸르고 깨끗하게 만드는 사업, 아마존ㆍ갠지스ㆍ테임스ㆍ양쯔강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는 사업, 기후변화 영향을 조사하는 대규모 현장실험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발광다이오드=흔히 영문 약자인 LED(Light Emitting Diode)로 부릅니다. 반도체에 전압을 가할 때 빛이 생기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1960년대 말에 조명장치로 실용화됐습니다. 주로 비소ㆍ인ㆍ갈륨ㆍ알루미늄ㆍ인듐 가운데 3개 또는 5개 원소의 화합물로 만든 반도체를 이용합니다. LED는 기존 전구에 비해 크기가 작고, 수명이 길고, 전기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직접 바뀌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적습니다.

◆조력ㆍ파력 발전=조력발전은 바다에 방조제를 쌓고 밀물과 썰물로 발생한 물 높이 차이를 전력생산에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클수록 조력발전에 유리합니다. 파력발전은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발전기가 내장된 부표를 물 위에 띄우면 부표를 흔드는 파도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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