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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가는 「옐친 요법」/러 경제 “실패투성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통화량 축소정책 기업도산 가속화/가격자유화로 되레 생산만 감소
보리스 옐친대통령과 예고르 가이다르총리대행이 러시아경제의 회생을 위해 추진해온 충격요법에 대해 러시아 경제계의 불만이 대단하다.
옐친­가이다르 정부가 추진해온 지난 1년간의 정책목표와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정책은 러시아경제에 대해 회생의 비방으로 작용했다기 보다는 아직까진 경제 및 산업·가계에 충격으로 작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시민동맹과 경제예측연구소·러시아의회 등이 제시한 각종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부터 본격화된 충격요법의 결과 러시아경제의 규모는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초의 22%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범죄·부패 등 부정적인 것들 뿐이며 93년도 경제예측지표도 비슷하게 우울한 하강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27일 가이다르가 1년전 공언했던 정책목표와 그 결과를 대비,옐친이 이러한 정책목표중 어느 것을 반대파에 양보할 것인지를 가늠하고 있다.
지난 1월 가이다르는 ▲국가예산의 균형 ▲여신 축소를 통한 긴축재정 운용 및 통화량의 축소 ▲가격에 대한 국가통제의 철폐 ▲산업에 대한 민영화의 추진과 사적소유제의 확립 ▲국가보조금의 철폐 등 다섯가지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살펴보면 목표와 결과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예산을 균형화하겠다는 목표의 경우 일단 달성될 수 없는 목표로 일찌감치 선언됐고,올 상반기중 예산적자가 1백1.3억루블로 GNP의 7.5%선에 이르고 있다.
여신과 통화량 축소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록 신규여신은 강력하게 통제되고 연대출이자율도 80%선으로 인상됐지만 4백%선에 이르는 인플레와 통화량 축소를 위한 신규화폐의 발행감축은 임금을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현금부족사태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채무만을 늘려 도산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또 가격철폐를 통한 생산장려와 구매욕구의 충족도 결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이다르는 국가독점가격 철폐는 생산을 장려,공급을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한편 가격의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보았으나 관료조직의 반발과 급격한 인플레로 생산감소가 초래되고 러시아인민들의 실생활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영화실시와 사적소유제의 확립문제는 아직까지 결과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사유화 법안이 지난 7월에야 입안된데다 3만5천개에 달하는 기업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연도가 95년까지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가보조금 철폐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는 가이다르와 옐친의 오랜 설득과 야심에 찬 추진에도 불구하고 의회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산업동맹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는 실정이다.
목표와는 달리 콜호스와 소포스 등 구국영집단농장을 비롯한 여러 한계기업들이 실업 등 사회경제적인 충격을 우려한 의회의 지지와 국민들의 반발,노동자들의 시위의 힘으로 아직까지 막대한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옐친과 가이다르가 어떤 묘수를 갖고 반대파들과 타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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