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제작 사 프로|대형화 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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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 들어 TV3사의 프로그램 외부제작비율이 4%에서 5%로 늘어났고 내년엔 7%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그동안 부진했던 독립제작 사들의 프로그램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독립제작 사들이 내놓고 있는 프로들은 대부분 수준 높은 장기기획 교양물과 대형드라마들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독립제작 사에서 만든 프로는 대부분 1회 방송분 제작비 5천만원 정도의『베스트셀러 극장』이나『TV문예극장』등과 같은 단막극이 주종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 MBC-TV에서 방송됐던 제일영상의『두 여자』가 처음으로 8부 작으로 제작된 것을 신호로 독립제작 사들은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앞다투어 연속극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삼화 프로덕션이 SBS-TV에서 방송된『남편의 여자』를 내 놓은 데 이어 KBS-TV드라마『전우』의 연출자였던 이동희씨가 작년 3월 설립한 인풍비전은『아메리카 꿈나무』를 창립기념작품으로 선보였다.
최근 KBS-1TV를 통해 방송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인풍비전의『아메리카 꿈나무』는 90분 3회분제작에 1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으로, 우리나라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60분 1회 방송분 제작에 평균 1억 원이 든 MBC-TV『여명의 눈동자』보다 단위 시간당 제작비 두 배를 넘겼다.
내달 5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10시55분 SBS-TV를 통해 방송될 후리 기획의『제3극장』도 8회 방송 분에 5억 원을 투입한 중량급 드라마다.『제3극장』은 1년여의 기획과 6개월에 걸친 촬영을 거쳐 모두 사전 제작됐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화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립제작 사들 간의 대형 다큐멘터리 제작경쟁도 뜨겁다.
현재 SBS-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서울텔레콤의『한국영화 70년』은 영화관계자 인터뷰만 2백여 건이나 되는 대작으로 무려 2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이에 질세라 다큐 서울은 한국인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이탈리아 알비 마을의 뿌리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안토니오 꼬레아』를 연말이나 내년 초께 MBC-TV방송예정으로 제작 중에 있다.
동양영상은 월남전의 고엽제 피해실태를 집중적으로 다룬 국내 첫 베트남 전 다큐멘터리『베트남 전 그후 17년』을 제작완료, 작품을 살 방송사를 물색하고 있다.
이 작품은 총 2백40분 짜리 3부 작으로 한국·미국·베트남 등 3국을 무대로 촬영에만 6개월이 걸렸다. 89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최초의 16mm 장편 극영화『황무지』의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김태영 감독(34)이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독립제작 사들은 최근의 이같은 대작바람에 대해『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여 방송사가 외부제작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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