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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구멍→CD상환 시한쫓겨 자살”/검찰서 추정하는 이 지점장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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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액수 크고 「세탁」끝나 돈추적 힘들어/은행 내부 묵인·방조는 흔적 못찾아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이희도씨 자살 및 위조CD사건은 그동안 수사결과 이 지점장이 CD 2중거래 등으로 유용한 거액의 자금을 개인목적의 사금고 형태로 운용해오다 위조CD 파동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자살을 택했다는 구도로 잡혀가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횡령규모가 거액이고 ▲철저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쳤으며 ▲최종 사용처가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자금추적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중간수사 결과 발표후 유용자금 추적을 계속할 방침이다.
◇자살동기=검찰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 이 지점장이 발행금리보다 높은 유통금리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사채업자들과의 CD거래로 예금수신고를 높여오던중 금리보전 자금 등을 위해 CD를 2중유통 시켜 자금을 마련,사금고를 운용해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지점장은 사채금리와 CD금리의 차가 줄어들면서 자신이 미리 보전해준 금리차 및 커미션이 구멍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주가·금리마저 떨어지자 2중으로 유통시킨 CD의 상환이 다급해졌고 결국 무자원 CD를 발행해 위기를 넘기려 했으나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대신증권측과 사채업자 김기덕씨의 추궁을 받게되자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으리라는 추정이다.
◇자금추적=검찰은 은행감독원 자금추적 중간발표에서조차 단 한푼의 자금 최종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자 『이씨가 유용한 자금규모가 워낙 방대한데다 수백갈래로 퍼져나간 자금을 추적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 수사가 공전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수표추적을 통해 자금이용처 및 흐름을 좇아 이씨의 유용자금 총규모와 사용처를 밝히겠다는 생각이나 숨진 이씨가 자금세탁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국내 최고의 금융전문가인데다 이씨의 자살로 거액의 채무부담을 벗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여 수사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그동안 이씨가 은행금고를 개인금고처럼 주무르며 거액을 주식시장과 사채시장에 굴린 것으로 보고 내부자의 묵인·방조여부에 대해 상업은행 및 대신증권·인천투금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이 지점장의 공금유용 규모가 상상 이상의 거액인만큼 개인장부를 기재해 왔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비밀장부 확보에 실패,이씨와 1조여원에 달하는 CD거래를 해왔고 구속상태로 신병이 확보된 김기덕씨 수사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있다.
CD 자체가 사채를 제도금융권에 유입시키기 위한 제도여서 검찰수사도 어느선 이상 전주나 사채시장을 건드릴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어 결국 자금추적을 통해서도 상당부분의 자금 최종사용처를 캐내지 못한채 ▲이 지점장의 자금유용 총거래 규모를 밝혀내고 ▲사건의 발단이 된 사고채권을 드러내 자살동기를 명백히 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높다.
◇CD위조사건=검찰은 위조 신탁은행 CD를 매입해 피해를 봤다며 서울 중부경찰서에 자진출두한 유은형씨가 바로 사채업을 하다 자금압박을 받자 CD 35장을 위조해 유통시킨 범인임을 밝혀내고 23일 유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동남·동화은행 CD위조 조직에 대한 수사는 주요 피의자인 황의삼·이광수씨가 해외로 도피해 수사의 진전을 보지 못한채 일단 사전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신병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가족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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