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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 지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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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나이 예순이면 폐방한다」는 말이 있었다. 60세를 노소의 분수령으로 삼아 60세가 넘으면 노쇠했으므로 성행위를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하기야 평균수명이 50세도 채 안되던 시절이니 있을 법한 얘기다. 환갑잔치를 크게 벌였던 것도 「60이면 수」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었다. 27대를 거친 조선시대의 임금 가운데 82세까지 산 영조가 최장수를 누렸고,그밖에는 70세를 넘긴 왕이 한분,환갑을 넘긴 왕이 두분뿐이었다는 사실도 오늘에 비하면 수명이 훨씬 짧았음을 뒷받침한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노소의 분수령은 65세로 정해져 있다. 환갑을 맞은 사람들도 노인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갑잔치를 크게 벌이는 일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학교수의 정년이 65세로 정해져 있는 것도 그 나이까지는 연구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구의 노령화를 지수로 측정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노년인구 지수」로 15∼64세 사이의 생산연령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년인구의 비율이고,다른 하나는 「노령화지수」로 14세 이하의 연소인구에 대한 65세이상 노년인구의 비율이다. 앞의 것은 사회가 노인을 양육할 경우의 부담도를 나타내며 뒤의 것은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출생률의 동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노년인구지수나 노령화지수는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평균수명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두개의 지수가 거의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1960년에 각각 7.8%,8.1%였던 것이 15년후인 75년에는 9.2%,9.3%로 증가했으며 최근 보사부가 발표한 86∼91년의 지표에 따르면 똑같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되어있다.
중국 남송때의 시인 육유는 「인생은 길어도 백년을 못채운다. 60에서 70이 고작이다」며 인생의 짧음을 한탄했지만 지금은 백살을 넘기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인간의 수명은 1백20세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노인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있다. 그 두개의 지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노인문제도 심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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