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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개폐식 돔 공연장'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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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날씨가 쾌청한 날이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공연을 만끽한다. 비가 오고 쌀쌀할 때면 아늑한 실내에서 선율을 음미한다.

과연 이런 전천후 공연장이 가능할까. 오는 12월이면 한국에도 이 같은 신개념 공연장이 생기게 된다. 바로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 야외공연장인 '하늘극장'이 업그레이드돼 국내 최초의 '개폐식 돔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극장 구조물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에 드는 25억원의 비용은 국가 예산이 아닌, 국민은행이 전액 지원한다. 이에 따라 극장명도 'KB 하늘극장'으로 바뀐다.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공공 공연장에 민간 기업의 이름을 딴 시설이 들어서는 건 사상 처음이다. 기업의 문화 지원 방식의 일대 혁신을 예고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바뀌나

야외공연장인 '하늘극장'은 2001년 설립됐다. 탁 트인 공간이란 특성을 살려내 '셰익스피어 난장' '심야 완창판소리'등 실내 공연장에서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 많이 올라갔다.

그러나 운영상 취약점도 많았다. 추우면 공연을 할 수 없었고, 갑작스레 비라도 오면 취소되곤 했다. 공연장 주변 소음에 노출돼 쾌적한 관람을 방해받기도 했다. 국립극장 손주옥 공연기획단장은 "극장을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기간인 가동률이 1년에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탈바꿈되는 'KB 하늘극장'엔 우선 부분 개폐가 가능한, 돔형 지붕이 올려진다. 외부 날씨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조명과 음향 시설도 첨단 신소재를 활용한다. 객석수도 600석에서 1000석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주변 조경 작업과 연못 설치, 야간 조명 등을 통해 남산의 생태와 어울리는 친환경적인 열린 극장을 표방한다.

손 단장은 "연극.무용 등 기존 공연 장르뿐만 아니라 서커스와 마임을 포괄하는 '토털 퍼포먼스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개보수 작업에 드는 25억원은 민간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 단일 사업에 지원하는 후원금으론 역대 최고액이다.

국민은행 사회협력지원부 김승재 부장은 "'하늘극장'은 그동안 청소년 극장으로 많이 활용돼 왔다. 미래의 관객인 청소년들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액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기업이나 개인의 이름을 딴 문화 시설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비영리기관인 미국 뉴욕 링컨센터 내 '애브리 피셔홀'(2780석). 음악 애호가인 피셔가 1973년 건축 당시 무려 1050만달러를 기부해 그의 이름을 딴 클래식홀을 지었다.

한국 메세나협의회 이병권 사무처장은 "거액을 지원한 국민은행이나 민간 기업에 이름을 내준 국립극장 모두 전향적인 사고를 한 덕분에 국내에 새로운 문화 후원 모델을 창출해 냈다"며 "앞으론 기업들도 가난한 예술가 돕기라는 '온정주의'수준을 넘어 인프라와 기술력 등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올리는 '윈-윈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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