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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로비 어떻게 해야하나/이인영 재미변호사(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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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하우」 가진 전문가 고용해야/다양한 접촉채널 가져야 성과기대/권력분산돼 거물 한두명으론 부족
클린턴 미 행정부는 세계 질서의 후원자로서의 역할보다 시급한 자국의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한미간 관계가 정부를 중심으로 군사·안보·외교적인 면에 우선권을 두어 해결해왔으나 이제부터는 각국의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동,각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충돌하고 협상하고 타협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한미간 관계를 예상할 때 한국정부나 기업이 전향적 대응방안으로 미국내에서 한국의 이익을 신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로비활동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한미 양국간 문화적·사회적·정치행태적 차이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경우에는 도리어 노력이 비효과적인 것은 물론 불행한 경우에는 한국의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키며,나아가 장기간에 걸쳐 한국민과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큰 것을 유의해야 한다.
▷1.로비활동의 문화적 이해◁
우리는 일견 로비라 하면 어떤 특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실력자를 찾아가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혜택을 받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많은 경우 법률적으로 볼때 뇌물 수수가 되며 따라서 불법행위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국에서는 공공연하게 로비활동이 행해지며,또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 있는가.
만약 어떤 특정집단이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관계요로에 진정하고,실력행사를 해 특혜를 받아냈다면 한국에서는 사회규범적으로 볼때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이나 공익대표 기관은 모든 국민의 권익을 동등하게 보호·보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전통적 미국문화 아래에서는 각 개인·단체가 각자의 이익을 최대한 주장하고,이를 총체적으로 수렴하게 될 때 「정의」가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자국민을 위한 로비와 외국 이익을 위한 로비◁
로비활동은 물론 현실적으로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나 그런 경우 이익을 보는 단체는 대부분 미국의 기득층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부나 주요 단체들은 별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외국정부나 기업이 미국의 일급 로비이스트를 고용,외국의 이익을 미국내에서 증진하게 되자 미국은 이를 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미국은 「외국인 대리인 등록법」을 제정해 로비이스트가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엔 그 외국단체의 실체,로비이스트에게 지급되는 수가의 내용,로비이스트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대화 내용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세세한 정보를 국가에 보고토록 요구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이익에 반대되는 미국내 단체는 이러한 정보를 쉽게 습득해 대중매체를 통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외국 이익 대변 로비이스트가 만난 정부나 의회의 관계인들을 정치적으로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외국이익을 위한 로비활동은 미국 기업을 위한 로비활동과 철저히 구분되어야 한다. 어느 로비이스트가 아무리 오랫동안 미국의 유수기업을 위해 일했다 하더라도 상기한 차이점을 모른다면 전혀 한국정부나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없다.
한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로비이스트는 우선 미국 행정부관료·의원들이나 그 보좌역들이 구설수에 오르거나 대선거구민 관계 및 공적 정치활동에서 입장이 어려워지는 일이 안생기는 방법으로 그들과 일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중요한 인사를 만날 수도 없고 효과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개진할 기회조차 전혀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3.국가권력의 공유◁
정치적 후진국에서는 국가권력이 일개인이나 소수집단에 집중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국가권력이 행정부·의회에 나누어지며 또 행정부 각 기구간,의회내 상·하양원간,양정당간 등에 나누어져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로비활동을 위해선 거물 한 두사람을 아는 것으로 부족하며 거미줄처러 얽혀있는 각 기구간의 권력 분배 및 상호 견제·의존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4.로비활동의 전문성과 총체적 관리◁
앞에서 본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국가권력이 흩어져 있다. 또 문제에 따라 그 관할권이 있는 기관이 상이하다. 나아가 미국 행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해 수입규제 등 통상·세금관계·지적소유권 보호·금융시장 개방 등 주요 경제분야에 있어 견제 및 통제의 수의를 높일 경우 단순히 해당분야에 관한 법규 개정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분야의 법규 개정을 통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미국의 정치적 의견수렴 과정 및 상호 타협 관행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며,각 기관의 거미줄같은 유기적 관계를 잘 파악하고,계속적으로 관계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며,인간관계를 형성해놓은 전문 로비이스트가 필요하다.
◇필자 소재=이인영변호사는 세계 유수의 국제법률회사인 미국 뉴욕의 Marks & Murase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법대 졸업후 하버드 법대에서 석사학위,UCLA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미간 법률문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특히 한국기업의 미국내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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