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전면진단 안할텐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수도권 신도시아파트 부실시공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분당에서 신축아파트 10개동이 부실공사로 공사중지명령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현대건설과 (주)현대산업개발이 분당신도시에 건설중인 고층아파트 25개동중 10개동에서 콘크리트판의 접합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에 의해 지적돼 성남시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고 구조안전진단 중이라는 것이다.
신도시아파트 부실시공 적발사례는 그 숫자와 유형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5개지역 전체에 걸쳐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불량자재의 사용과 부실투성이 시공이었음이 관계기관의 안전검사가 있을때 마다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공사부실이 안전진단의 대상이 된 아파트의 거의 전부에서 예외없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 큰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건축물의 안전진단을 지금 건설중인 모든 신도시 아파트로 확대 실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주무관청인 건설부는 이달초 산본의 한양아파트 부실공사가 적발됐을때 경기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5개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전면적 안전진단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때 건설부의 의견은 공동감리단이 공사현장을 철저히 감리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진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감리단이 철저하고 객관적인 공사감리를 하고 있다면 왜 지금까지의 공사가 부실 투성이로 진행됐으며 그 이후로도 부실시공 사례가 그치지 않고 적발된단 말인가.
형식적으로는 공동감리로 돼 있으나 감리관 자체가 시공자가 선정한 사람들이며 그들로 구성된 감리단에 건설부의 희망대로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전면적인 안전검사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또 하나의 이유로 아파트건설 공기의 차질을 거론하는 것도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준공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지면 시공자에게는 지체보상금이 부과되고 입주자에게도 여러가지 불편과 불이익을 가져온다. 그러나 공기에 맞춰 제때에 입주해 살면서 부실공사로 인한 불안과 불편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조금 입주가 늦더라도 사전에 안전하고 튼튼한 주거공간을 보장받는 편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이익일 것이다.
끝으로 시공업자에게 당부하고 싶다. 시공업자들은 아파트공사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아파트 분양가와 공사기간에 대한 규제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의 타당성을 어느정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것이 부실공사를 용인할 이유는 절대로 되지 못한다. 그 가격,그 공기로는 아파트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공사 자체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아파트가 값싸게 먹어도 되는 비지떡일 수는 없지 않은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